20251121금의 기록

by 이덕준

1


쓰고 싶다


어떤 것을 써야 할지 모르는 순간에도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도는 것들을

언젠가는 꺼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도

그러지 않으면 끝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에도


쓰고 싶다

살아있는 것과 죽어버린 것

살아가는 것과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것에 대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 자리마다 잊힌 듯

사라지는 기억에 대해서도

마주하면 마주라는 자리마다 맺힌 듯

생생한 지금에 대해서도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그러나 추한 이면에 대하여도


나에 대하여, 내가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나를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결코 될 수 없는 너에 대하여

나는 쓰고 싶다


잘 쓰고 싶고, 잘 쓰지 못해도 계속 쓰고 싶다

쓴 것이 읽혔으면 하는 욕망으로 쓴다

그러나 읽히지 않아도 쓰고 싶다


무용한 것이라,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지라도

내가 사는 동안에만 나에게만 의미가 있을지라도

나는 쓰고 싶다


열망하는 것들에 대하여

취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하여

그러나 그것을 포기하는 나에 대하여

내가 이룬 멸망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나를 옭아매는 사랑에 다하여


그리움에 대하여

무작정 다가가 파묻히고 싶은 그 감정에 대하여

너무나 사랑해서 단단히 굳은 그 사람에 대하여

자꾸만 상처를 내지만 지울 수 없는 존재에 대하여


이리저리 휩쓸리는 나에 대하여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에 대하여

숨통을 쥐고 흔드는 삶에 대하여

사실 쥐고 있는 손이 내 손이었다는 비참함에 대하여

그러나 죽어가는 순간에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이상에 대하여

꿈결에 대하여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고 있는 것과 존재하지 않아지고 있는


그 모든 것에 대하여



나는 쓰고 싶다.

열렬히






2



언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바로바로 그것을 뽑아내어 적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나고 나서 뽑아 붙여두면 이미 색 바랜 스티커처럼 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3



호의 인지, 아닌지. 선의 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 의도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나는 이렇게 계속 바닥으로 침잠하는 걸까.




4


이곳이 좋아서 여기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조건이 이 아니라 유무형의 것들로 이루어진 이곳아 좋았다. 사람이 좋았고 분위기가 좋았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여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계산하는 반 기계가 되어 있다는 것이 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이직을 준비하고 있을까?


누구에게 말을 했니? A에게 말을 했니? 한 명한테 이야기를 하면 말은 돌고 돌아 다 알게 되는 거지. 다 아는 것 같던데?


여기서 못하게 되면 대책은 있니? 알아본 데는 있니?



대책이 없다.




5



혼자 하는 것



운동을 피티 선생님이 한 마디 알려주는 것과 혼자 하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 마디라도 듣는 날에는 정말 몸에 자극이 오고 근육통이 며칠은 간다. 혼자 하는 날에는 가슴운동을 해도 어깨가 아프다.


글을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건 아닐까? 나도 배움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왜 나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느낌이 드는 것인지. 그러나 그렇다고 이미 상업화된 세상에 무턱대고 돈을 쓰고 싶지도 않다. 나는 좋은 교육기관에서 스승다운 선생님을 만나보고 싶다.




6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한다. 지금은 닥치는 대로 뭐든 하고 있다.

집안일도, 글쓰기도 운동도. 제대로라고 할 수는 없다. 한다. 그냥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뭐지?

운동을 하는 이유가 뭐지?

난 뭐가 되고 싶은 거지?

일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다. 무조건 지금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로 돈을 벌면 좋겠다.

그럼 글로 돈을 어떻게 벌까?

책을 내볼까?


그런데 책과 작가라고 하니 대충은 하고 싶지가 않아 졌다.

나는 잘 쓰고 싶고 무엇보다 아주 잘 쓰고 싶고, 그런 책을 내고 싶은 것이다. 장르를 따지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것을 세상 밖으로 내놓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독립 출판을 주저하게 된다.

검증하라고 나뿐인 이 책이 검수자가 나라서 불안하다.


그렇다고 원고라고 할 만한 것은 쓰느냐 그것도 아니다.

아직 나는 너무 부족하고 이렇게 저렇게 모아 책을 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책과 작가에 관해서라면 돈보다도 인정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읽었을 때 쾅쾅 그의 심장을 두드리거나

어깨를 흔들어보거나

잠시라도 머리에 머무를 수 있는 문장과 단어를 가진

그런 책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은 정작 돈을 벌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낼 수 없다.


지금은 돈을 벌어야 하고,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니까.

밥벌이가 없는 이에게 사랑이 사치인 것처럼

지금은 나에게 글이 사치다.

글이 사랑이다.


7

오늘은 일찍 나왔다. 일찍 나오면 일찍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헐렁한 매듭으로 오늘도 부족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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