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8화의 기록

by 이덕준

1


출근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출근이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좋다.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익숙해져 버린 이곳의 분위기가 좋다. 그래놓고서 이걸 다 놓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게 웃기다. 만약 이번 해에 단 하나의 글이라도 빛을 봤더라면, 나는 이 일을 계속했을지도 모른다. 글이라는 뜬구름을 잡으면서 현실에 발붙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은 매일 쓰고는 있지만 닿을 수는 곳에 있어 나는 더 벌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

<고요한 포옹>


월요일부터는 박연준 작가의 <고요한 포옹>을 읽고 있다. 박연준 작가가 내가 생각했었던 작가가 아니라서 놀랐다. 어떤 작가와 이름이 한 글자가 같다고 헷갈린 모양인데, 사진을 보고서야, ‘아, 그 작가가 이 작가가 아니구나.’했다. 그러고 나서 책을 읽는데 줄줄 읽혔다. 어찌 된 노릇인지 요즘 읽는 버지니아 울프와 서머싯 몸과 페르난두 페소에의 글을 읽으면 자꾸만 생각이 이상한 샛길로 빠지고, 읽었던 부분인데 다시 읽고 있으며 심지어는 읽었었다는 것도 잊어버렸었다. 그런 고전의 글을 읽다가 박연준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책장이 넘어가서 이 책은 가벼우려나 싶겠지만 생각보다 묵직하다. 작가가 작중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두꺼운 책은 집필할 수 없다는 농담을 했지만, 두꺼워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라는 안식처’와 ‘연두의 노력‘이라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좋았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의미가 있다. 그 여러 가지 중 어떤 것을 골라내어 꺼내 놓자면, 눈물이 날 뻔했고, 위로받았으며,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이 자리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책을 꼭 사서 읽어주면 좋겠다. (요즘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 만약 댓글이라도 남겨준다면, 한 분께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그 댓글이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3



가끔 사람 중에는 사실을 말하는 것과 무례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세상을 구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다양한 다름이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만큼 모르는 것 같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다 다른 것처럼, 인간의 세상에도 그만한 다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쉽사리 말을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말이 어떤 파장으로 상대방에 가서 닿을지. 약이 될지 독일 될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4


웃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금은 캐럴이 아주 신나게 흘러나오는 SHAKESHAKE 버거 집이다. 그러나 주구 장장 우울한 이야기만 쓴 것 같다. 웃긴 이야기가 많은데 아 그건 다음에 써야 할 것 같다.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가야 한다. 오늘의 근무 메이트는 지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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