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9 토의 기록

by 이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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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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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근무 표를 받았다. 저녁 늦게 확인을 하고 조금 화가 났다. 각자의 입장 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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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이 싫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진 것만 보자면 화날 게 없다지만 그래도 난 화가 난다. 이건 나에 대한 분노도 남편이나 아이들에 대한 분노도 아니다. 그냥 뭐랄까 시스템? 그런 것에 화가 난다.


37년을 살았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실았다. 이러다 죽으려나 싶을 만큼 달려왔다. 물론, 매 순간 그러지는 않았다. 때로는 좌절했고 그래서 주저앉았다. 위축된 근육이 풀 시간이 필요했다. 몸이 회복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뛸, 그러니까 다시 살 힘을 얻기 위해 마음이 회복해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아무것도 못했던 순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나는 37년을 살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뭔가? 나는 누구나 해도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 그게 화가 난다. 지금의 위치로는 내가 얼마나 공들여 내 인생을 살았는지 표현할 수 없다. 타인은 알 수 없다. 이 공돌 인 인생을 알아주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나는 아깝다.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미칠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과 삶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우선 스스로의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 내 삶에서 벌어지는 그리고 벌리는 일에 뜻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삶은 가치 있는 삶이 된다. 지금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타인의 인정을 요한다. 내 삶을 유지시키고 이어가는 거대한 목적의 회전축이 오직 나로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이익과 방향을 위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아이들이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에게 보이는 삶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그 욕구를 타인의 시선에서 찾으려고 한다. 결국에 문제는 또 나로 귀결된다. 내 맘에 드는 삶. 내가 만족할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과정의 집합체가 아니던가. 주어지는 것들 사이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


오늘도 살고 있다. 보이는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 스스로가 보는 삶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그러기에 오늘 나는 또 머리를 쥐어뜯는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어가는 계절의 한복판에서 낙엽처럼 굴러본다. 세상의 풍파를 맞아본다. 구르고 굴러 뭐라도 될 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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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쓴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돌아갈 시간이다. 새롭게 출근하는 곳에서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그곳에서 쓸 시간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읽고 쓰는 그런 사소하고 사소하지 않은 삶은 유지하고 싶다. 1분이 더 지났다. 정말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야 한다. 오늘의 커피는 종혁 선배에게 얻어먹었다. 갚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좋은 사람들이라 늘.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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