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일의 기록

by 이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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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깼다. 어제 책을 읽고 못 올린 기록을 올렸다. 어제는 일했고, 오늘은 이번 달에 거의 유일하게 쉬는 주말이라서 어젯밤 뭐라도 하고 싶었다. 금요일 밤의 맥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달까? 그러나 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어젯밤 못한 일을 지금 하자 싶었다. 우선 팩을 붙이고 아이 옆에 누웠다. 미뤄두었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려고 벼르고 있었던 화장품 몇 개를 우선 주문했다. 그리고 밀리로 들어가 박정민의 <쓸 만한 인간>을 오디오 북으로 재생했다. 그리고 다시 쇼핑. 쇼핑 리스트는 책이다.


에세이 모임을 하고 있다. 어리고 예쁜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나며 쓴 글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연말에는 서로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자고 내가 제안을 했었다. 그래놓고서 무슨 책을 살지 한 달여 동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읽고 싶었던 책을 살까?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을 살까? 어떤 책을 살까? 여러 고민 끝에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구매했다.


맡겨진 소녀를 처음 읽었을 때, 순식간에 너무 많이 읽어버려 놀랐다. 그날은 쉬는 시간에 읽을 책이 마땅하지 않아 어쩌지 고민하다가 급하게 근처 서점에 갔다.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이 책꽂이에서 나를 불렀다. 부름에 응답해 그 책을 쥐고서 서점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읽자마자 너무 좋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내가 어느새 나를 대신해 책을 읽고 있었고 위로받았다. 그 위로가 치유가 되어 성인이 된 내가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세상의 수많은 소녀를 위한 책이었다. 그런 감상만이 남아있다. 책이 오면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해야지. 마음이 설렌다. 크리스마스 같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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