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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찬 Apr 17. 2024

<7부> 군산교육청에서 장학사로

1999년 9월 1일 정들었던 안성중학교를 떠나 군산교육청 장학사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전문직이다. 가르치는 교사에서 도와주는 전문직 장학사이다. 당시에 교육장님은 한기학 교육장님이셨다. 깐깐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교육장이셨다. 담당 부서는 생활지도와 입시업무였다. 어려운 생활지도였으니, 당연히 내 차례였다. 민원이 제일 많이 오는 부서였다. 그러니 다 맡기를 싫어하니, 다 나에게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복은 있어서였는지 학생 사안으로 민원이 제기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그리고 성희롱·성폭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소한 일이야 학교 수가 많으니 일어날 수밖에 없었겠지만, 전화와 학교 방문으로 학부형을 만나 설득하여 대부분 해결이 되었다.


입시업무는 복잡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는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각 고등학교의 수험 학생 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만 시험 보는 고사장도 배치가 된다. 수험 학생 수에 맞게 시험지도 신청해야 했다. 특히, 운송에도 준비해야 했다. 일일 보고 체계도 갖추었다.


11월에 고사가 시행된다. 시행되기 5일 전부터는 교육청에서 아예 생활해야 했다. 학교 고사장 준비와 점검에서부터 선택과목에 따른 고사장 배치까지도 놓쳐서는 안 되었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이 안 되었다. 분당에서 수학능력 시험지를 인수했다. 탑차를 임대하고 경찰서의 도움으로 호위받았다. 이틀 밤을 경찰관님과 장학사님들과 교대로 지키고 있었다.


그사이 나와 과장은 각 학교의 시험장의 준비 사항을 일일이 점검해야 했다. 물론 방송사고를 대비하여 녹음기와 건전지도 충분히 준비하고 점검했다. 교육청의 가장 큰 행사이다. 드디어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었다.


결시자의 파악을 매 시간마다 해야 하고, 보고도 시간별로 했다. 작은 사고도 없이 잘 진행되었고 무사히 마쳤다. 답안지는 정확히 맞추어야 했다. 도교육청에 반납할 때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경찰서의 도움으로 시험지를 반납하고 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교육장님께 보고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관계자들과 콩나물국으로 시장기를 때우고 각자 집으로 갔다.


제일 어려웠던 일이 끝났다. 나도 성격에 맞지 않게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시험했다. 그러나 산 넘으면 또 산이 있듯이 바로 중학교 입시업무에 돌입해야 했다. 교육청 일은 한도 끝도 없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면 업무만 쌓이고 복잡해졌다. 그날의 업무는 그날 처리해야 하는 게 교육청 업무였다. 하나를 처리하면 또 하나가 다가오고, 또 다른 업무가 밀려오곤 했다.


그러나 교육청에서는 다른 사람의 업무를 도울 수도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업무였다. 발령받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각급학교 장학지도와 사안 처리와 공문에 따른 보고를 해야 하는 등 하다 보면 금방 점심을 먹어야 했고, 아니 벌써 퇴근 시간이야 하는 등 항상 교육청 업무는 바빴다. 그래도 내 업무는 뒤로 미룰 수가 없다. 그날그날 처리해야 하는 것이 교육청 업무였다. 중학교 입시업무도 무사히 마쳤다.


그러는 사이에 교육감 선거도 있었다. 그때는 간접선거인 학교운영위원들이 선출했다. 나는 교육대학을 졸업하였으므로, 그 당시의 문용주 교육감보다는 최이식 선배님을 도왔다. 교육장님께 불려 가서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고 군산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좋은 교육장님이셨다.


그러나, 전라북도 교육을 전주교육대학이 예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교육의 수장인 도교육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마음이 항상 아팠다. 그래서 열심히 아는 듯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후보자인 최이식 선배와 원 아무개의 선배 중에서 한 분만 나왔으면 틀림없이 당선되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두 분이 고집을 부렸다. 결과는 두 분 다 떨어졌다. 애석했다.


군산교육청으로 가서 근무한 지 1년이 되어 갈 즈음에 다시 전주로 옮기고 싶었고, 전주교육청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으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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