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에도 흔들리는 나에게

by 에스포맘

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스쳐가는 사람들일 뿐이지만, 그중엔 이상하게도 내 기분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진 말이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내 안에 자리한 어떤 민감한 감정의 스위치가 눌려서요.


저는 전업맘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집과 가까운 생활 반경 안에서 보내다 보니, 누군가와 갈등을 겪을 일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쩌다 밖에 나가게 되면, 아주 가끔, 낯선 사람의 말이나 표정 하나가 내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린이날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동네 문구점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조금씩 나눠주고, 갖고 싶은 간식이나 장난감을 직접 골라보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돈의 가치를 스스로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소소한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싶기도 했어요.


저희는 아이가 넷입니다. 각자 바구니를 들고 장난감 코너와 간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무엇을 고를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어요. 아이들이 고른 건 대부분 작은 사탕, 간단한 문구류, 조그만 장난감이었어요. 사람이 많이 몰릴까봐 일부러 한산한 오전 시간을 골라 갔고, 다행히 매장은 한가했어요. 아이들은 차례를 지켜 줄을 서고, 계산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손님이 어떤 물건을 찾지 못하고 직원에게 물어보더라고요. 직원은 해당 구역 번호를 말해주며 설명했지만, 그 손님은 또다시 못 찾겠다며 재차 질문했고, 직원은 길게 한숨을 쉬며 같은 대답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이들 차례가 되었는데, 그 직원은 계산을 하면서도 한숨을 푹푹 쉬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작은 물건들은 바코드가 없어 수기로 입력해야 했고, 물건이 많으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 앞에서 저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어요. ‘피곤하신가 보다’, ‘혹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던 걸까?’ 하고 넘기려 했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기분이 나빠졌고, 괜히 아이들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내가 괜한 민폐를 끼친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날 저녁, 그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신경 쓰다 보면, 결국 지치는 건 자기 자신이야. 그 직원이 일부러 당신한테 화를 낸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감정에 휘둘린 거잖아. 그걸 굳이 네가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순간, 쿵—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맞아요. 왜 그 일 하나 때문에 내 하루의 기분이 망가져야 했을까요?
그 사람은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는 감정 하나에 나는 괜히 마음속에 찌꺼기를 품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었습니다.


“나 말고는 누구도 나를 상처 입힐 수 없다.”


그 직원의 한숨보다 그걸 내 안에서 계속 곱씹고 불편해한 ‘나’의 마음이 사실 더 나를 아프게 했던 거예요. 누군가의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 지나치게 반응하고 감정의 중심을 빼앗기고 마는 경우,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말 이 일이 내 감정을 흔들 만큼 중요한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그 사람이 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 후자더라고요.


그 사람이 나에게 준 것은 상황일 뿐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는 문제였던 거죠.


혹시 지금,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분이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 사람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당신이 그 사람의 말과 표정을 통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당신 말고는 누구도

당신을 상처 입힐 수 없다.


당신을 미워하는 경쟁자가 당신에게 하는 나쁜 행동,

그런 건 대단치 않습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가하는 집요한 괴롭힘,

그런 건 대단치 않습니다.

화로 일그러진 당신의 마음은,

그보다 더 훨씬 당신에게 해롭고 위험하기 때문에.

<초역부처의 말>-법구경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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