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멈춘 나, 다시 뛰기 시작한 이유

무릎아, 제발 아프지 마

by 에스포맘

달리기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째다. 작년에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봤다. 하프 마라톤은 가상으로 완주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달리기에 푹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새벽에도 뛰고, 수영하고 나서 또 뛰고. 그야말로 중독.


하지만 무리했는지,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다 무릎에 통증이 왔다. 그 뒤로는 억지로라도 쉬어야 했다. 한동안 운동화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살짝 더운가 싶어도 반팔에 반바지 입고 나가면 바람이 딱 좋다. 작년의 그 기분을 알기에, 이런 날씨에 안 뛰는 게 더 이상했다.


오늘 오후, 시간이 조금 남길래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사실 아직은 쉬어야 할 시기라는 걸 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무릎아, 살살 뛸게. 제발 아프지 말아줘.”


워밍업을 꼼꼼히 하고, 걷기로 몸을 풀다가 조심스레 뛰어봤다.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했고,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바람은 살랑살랑, 딱 기분 좋은 온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지금이야’ 싶은 날씨. 좋아하는 음악을 켜고 천천히, 정말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빠르게 뛰지 않는 것. (사실 뛰고 싶어도 무릎이 걱정돼 못 뛴다.) 옆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 그 속도로 달리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음악이 들리고, 새들의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기분이 그냥… 좋아진다.


여기서 잠깐! 달리기의 좋은 점 딱 세 가지만 꼽자면 이렇다.


1. 건강해진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땀을 흘리다 보면, 몸 안에 쌓였던 무거운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심장은 쿵쾅 뛰고, 그 리듬에 맞춰 살아 있다는 느낌도 따라온다. 짧게라도 뛰고 나면 몸이 한결 가볍다. 하루가 훨씬 활기차게 느껴진다.


2.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달릴 때는 이상하게 생각이 정리된다. 복잡했던 일들도 달리는 동안은 잠시 멀어진다. 그저 나와 길, 이 둘만 남는 느낌. 특히 자연을 곁에 두고 달릴 때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까지 든다. 이건 정말 명상 그 자체다.


3. 성취감을 준다.


“오늘은 10분만 달리자.” 늘 그렇게 시작하지만, 막상 뛰면 생각보다 더 멀리 간다. 힘들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마음속 깊이 “해냈다”는 감정이 남는다. 그 성취감이 꽤 크다. 그래서 또 운동화를 꺼내게 된다.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안 할 수 있을까. 달리는 사람들은 계속 달린다. 나처럼.


무릎이 아파서 쉬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 무릎을 다독이며 또 뛰게 된다. 이게 중독이 아니면 뭘까 싶다.


무릎아, 제발 아프지 마. 나, 할머니 될 때까지 달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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