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이 스승이 되어줄 때

by 에스포맘

스승의 날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이들 학교도 안 다니고, 나 역시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니까.

그런데 아침, 셋째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더니 전날 못 했던 숙제를 후다닥 끝내고는 갑자기 하얀 종이에 뭔가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너 뭐 해?"

물었더니,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있단다.
"숙제야?"
"아니. 쓰고 싶은 사람만 쓰래."


A4용지 반 넘게 빼곡히 써 내려가는 아이. 어버이날엔 나한테 짧은 편지 하나 썼던 녀석인데, 선생님께는 뭐 그리 쓸 말이 많은지.


“엄마한텐 짧게 쓰더니, 선생님한텐 길게 썼네~?”


장난스럽게 말하니, 셋째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 순간, 아— 오늘이 스승의 날이구나. 아이 덕분에 그걸 알게 됐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다. 얼굴 점과 잡티 제거하느라 한동안 쉬었는데 어제부터 다시 시작한 거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숨이 턱 막히게 힘들었다. 그래도 다시 수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날따라 수영장 분위기가 조금 들떠 있었다. 강사님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가 준비 중이었는데, 강습 시작 시간에 맞춰 ‘스승의 은혜’를 다 함께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수영모에 조그만 카네이션도 하나씩 꽂아드리고.

몇 년 만에 불러보는 ‘스승의 은혜’.


괜히 울컥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스승들을 떠올려봤다.


자세 하나하나를 바로잡아주는 수영 강사님,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작가들, 먼저 인생을 살아오신 친정아버지, 함께 살며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남편,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내 어린 시절을 닮은 말과 행동으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아이들까지.


생각해보면, 스승은 참 많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결국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배울 마음만 있다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돌멩이에게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인생이다. 태도의 문제다. 내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세상 모든 것에게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의 지혜도,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겠지.


오늘은 어떤 것을 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걸 스스로 묻는 하루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장한 걸지 모른다.


오늘도 당신과 나의 ‘배우는 하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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