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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심 Sep 22. 2020

“다들 건강하게 있다가 나 있는 곳으로 넘어와.”


 우리 시설에는 박*욱 아저씨가 계시다. 올해 나이로 61세이다. 그전에는 가족들과 사셨다. 아저씨는 인지가 어느 정도 있으셨다. 입소 전까지 다니시는 교회에서 잔심부름을 하시며 사회 활동을 하셨다.


 아저씨네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되면서 2002년도에 이곳으로 입소하셨다, 사회생활을 할 정도로 다른 지적장애인들보다 인지능력이 뛰어나셨다. 원내에 매점을 오픈하면서 창*이 아저씨는 매점 사장님이 되셨다. 자신이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실과 월급 받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있으셨다. 그런 아저씨가 작년 환갑잔치 후로 치매 증상을 보이셨다. 금방 식사 후 생활실을 올라오셨다가 식사를 하시기 위해 다시 식당으로 가신다. 자신이 매일 복용하는 약을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약 먹어야 한다.'라고 담당 교사에게 약을 달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아저씨의 잦은 실수로 그 방의 세탁기는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장애인에게도 치매는 올 수 있다. 누구에게나 오는 치매가 장애인들 피해 간다는 법은 없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아동 시설에서 성인 시설, 노인시설로 생애 주기에 따라 옮겨야 한다. 왜냐하면 시설에서 지원하는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시설 또한 61세가 되면 노인시설로 전원 하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가 원치 않을 경우 거주 기간은 늘어난다. 그 기간은 장애인연금에서 노인연금으로 바뀌기 전까지며,  '노인성 질환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노인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18년을 우리와 같이 지낸 창*씨와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창*이 아저씨에게 '**원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하고 물었다. 아저씨는 '매점에서 일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라고 말씀하셨다. 아저씨에게 '노인시설로 옮겨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내가 요즘 바지에 똥을 많이 싸서 그렇지"하며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우리에게 ‘왜 나를 보내냐고?’ 따지셨더라면 덜 미안했을 것 같다.


 여기 계시다가 다른 시설로 전원한 장애인들의 소식을 듣는다. 적응 잘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 그에 반면 돌아가셨거나, '적응을 잘하지 못한다'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괜히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창*이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인지가 있으셔서 이곳에서 ‘반장’으로 불리셨다. 하지만 지금의 아저씨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왜소해지셨다.


 미국에 계신 보호자님께 퇴소 문제로 연락을 드렸다. '노인시설로 가셔야 할 것 같다'라고 말씀을 전했다. 보호자님께서는 '자신의 오빠가 거기서 생을 마감하면 좋겠지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옮기는 것'에 동의하셨다. 창욱 씨가 갈 노인 시설들을 아저씨와 미리 방문해 보았다. 다행히도 이곳에 계시던 장애인이 먼저 가 계신 곳이다. 그곳에서 그 장애인을 보고 반가워하고 안심하는 눈치시다. 아저씨도 마음에 들어하셔서 마음이 놓였다.


 창*이 아저씨를 위해 환송회 날이었다. 케이크를 자른 후 아저씨에게 한마디 하시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건강하게 있다가 나 있는 곳으로 다들 넘어와.” 그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 아저씨는 올해 캠프를 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셨다. 


 식사 시간마다 창* 아저씨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장애인은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살 순 없을까? 생애 주기에 따라 옮겨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하다. 애써 정든 사람들과 헤어짐을 이들은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 계신 장애인들은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 수 있는 거주권이 보장되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림 출처:  블로그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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