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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심 Sep 17. 2020

소설 『아몬드』에서 '정상의 범주'의 기준을 묻다.

 다른 사람들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지만,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이들이 볼 때 주인공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났다.


튀지 말아야 돼. 그것만 해도 본전이야 (p.35) 『아몬드』 손원평


 주인공 엄마가 윤재에게 하는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은 장애인 입장에서는 공감되는 말이다. 주인공처럼 나 역시 이런 류의 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요구받으면서 자라왔다. ‘정상 범주’ 튀지 않게 살기 바라는 책 속에 주인공 엄마의 노력이 어린 시절 나와 엄마의 모습으로 오버랩되었다.


 엄마는 ‘장애인’인 내가 ‘정상 범주’에 들어가길 바랬다. '장애'를 고칠 수 없을까?라는 희망으로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나에게 특수학교 가기를 권했다. 엄마는 '우리 아이는 일반학교 다니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 후로 엄마는 이 병원 저 병원에 가는 일은 더는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발음 연습, 걷기, 손 사용법들 많은 것들을 훈련시키셨다.  엄마의 희망에 부합하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그 노력의 결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감에 있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그것은 ‘극복’이 아니라 ‘반복을 통한 익숙함’이었다. 익숙함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은 ‘익숙하다’라고 할지언정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불완전하고 서툴게 보일 뿐’이다.


 최선의 노력에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상 범주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것은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집단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내 어린 시절은 그리 고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어린 나에게 ‘비장애인처럼 행동해야 사회에 나가서 살아남을 수 있어!’가 아니라 ‘장애인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음’을 알려줬어야 했었다. 비장애인처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임을 일찍 인정하였더라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웠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두려웠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움츠러들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장애를 인정하고 그 범주에 속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루어지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것에 힘 빼지 않았을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였더라면 시간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들과 비슷하다는 건 뭘까.

사람은 다 다른데 누굴 기준으로 잡지?

엄마라면 내게 무슨 말을 했을까. (p.71) 『아몬드』 손원평


‘어떤 기준이 정상일까?‘ '정상 범주’라는 기준은 누가 정했을까? ‘다수의 무리에 있으면 정상’, 그 나머지 동성애자, 미혼모, 장애인은 ‘소수 집단’이라서 비정상으로 분류되어야만 하는가? 이 집단들이 평범하지 않다고 누가 감히 규정 지을 수 있을까? ‘이렇게 기준을 정한다.’라고 다수 집단은 소수집단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있는가? 어느 무리의 의견을 배제하고 결정하는 것은 차별이며 무시하는 행위이다. 다수의 집단은 의식하지 못한 채 특권 행사 중이다.


다수의 집단들은 소수집단에게 ‘인정받고 싶으면 노력해보라’고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합하고자 무던히 애쓴다. 그러나 노력은 가상하나, 자신들의 무리에 끼워주지 않는다. 설령 끼워 주더라도 그것은 소수집단의 노력 결과가 아니다. 그들은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위장한 ‘적선’에 불과하다. ‘노력의 대가’가 ‘적선’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비참해진다. 이길 수 없는 달리기의 결승점을 향해 무한반복으로 트랙을 돌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적선’ 대신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 ‘존재 자체로서의 인정’을 받길 원한다.


출처:소설 『아몬드』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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