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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심 Dec 11. 2020

시설사회를 읽은 후 나의 불편함



어떠한 조건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것을 꿈꾸지 못하는가? “통제적 돌봄이 아닌, 잘 의존하는 삶”을 상상하면서,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움직임이 ‘불구의 정치’를 만들어 내길 바라게 된다. (26쪽)『시설사회』 


 이 책 서문에서 청도 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환자는 코로나 확진으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 중에 사망하였다. 이 분은 ‘15년 만에 외출이었다’고 책에서 말한다. 그 대목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병원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사실에 나는 충격이었다. 이런 나의 시선이 외부 사람들이 ‘시설에 속한 우리를 바라볼 때와 동일한 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장애인, 노인, 청소년, 이민자, 에이즈 환자 등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자들이 속한 시설에 대한 비판과 ‘탈시설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시설 종사자로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는 시설은 ‘무조건적인 인권침해와 자율이 없는 곳’으로 단정 지었다. 몇 가지 인권침해 사례와 몇 군데 조사만으로 성급한 일반화 오류를 범하였다. 시설의 순기능은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시설 밖의 인권활동가와 교수들의 시선이다. 시설의 좋은 사례들을 찾아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부분만 실려 있어서 불쾌하였다.    


 나는 장애인 시설 종사자로서 ‘장애인’에 국한해서 그들에게 직선적으로 묻고 싶다. 모두가 장애인을 거부하고 배제하였다. 그들이 시설로 내몰았을 때 종사자들은 장애인과 함께했다. 그동안의 ‘수고는 무시되어도 되는가?’ 시설 종사자가 ‘장애인과 함께할 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인권 침해’ 당한 몇몇 사례만으로 ‘시설은 폐쇄가 답’이라는 식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가했을 경우 학교를 폐쇄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무조건 폐쇄가 아니라 인권침해를 하는 시설과 가해자에게만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에서의 종사자들은 그 누구보다 인권에 예민하다. 왜냐하면 인권 문제에 연루되는 순간 그 종사자는 자신의 밥줄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시설들이 소규모화, 탈시설화가 될 것이다. 장애인들은 지역사회로 속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장애인의 거주지가 시설이 아닌 일반주택에서 살아갈 것이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혼자 살 게 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의 주장대로 본다면 시설에 살다 보면 개인정보 제공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은 일반주택에 살아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이들은 주장대로 개인정보 침해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시설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떠나 비장애인도 무슨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어느 단체에 속하려면 누구나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일반주택에 살다가 불이 나 목숨을 잃은 장애인이 있다. 그분이 만약 시설에 사셨다면 목숨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탈시설만이 전적으로 정답이 아니다. 장애인의 특성과 당사자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의 블랫의 주장대로 모델이 되는 시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하는 시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침해'는 탈시설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재가 장애인이 집에서 활동 보조인을 이용하는 현장에서도 일어나며, 주간 보호센터에서도 일반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인권침해는 장애 여부를 떠나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결국, 시설과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데서 인권 침해가 일어난다.


 탈시설화가 되기 전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을 받는 부분이나 지역사회를 이용하는 부분에서 접근이 용이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장애’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성폭행, 노동 착취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시설 밖 사람들의 주장으로 엮어진 책이다. 시설 종사자들의 시선도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읽는 독자들이 한쪽 면만 보고 시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 봐 염려스럽다.            


이미지 출처: 시설사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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