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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심 Oct 06. 2020

우리 엄마 손은 흔들려요!

두 남자의 배틀이 시작되었었다. 

"엄마는 컵을 들 때 손이 흔들려."

"엄마는 비타민 줄 때도 손이 흔들려."

"엄마는 지퍼 올려 줄 때도 손이 흔들려."

" 아, 그리고 로션 발라 줄 때도 손이 흔들려."

쌍둥이들은 나의 '장애'의 특성에 대하여 본인이 더 많이 알고 있다며 경쟁이 붙었다. 

이윽고 누리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왜 흔들거려?"


  아직까지는 쌍둥이들은 어려서 ‘장애인’에 대한 추상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였다. 그러자 누리는 마치 대단한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마루에게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손이 흔들렸데.” 그걸 듣던 마루는 “엄마, 우리는 안 흔들리게 태어났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나와 똑같은 장애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실'에 감사하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장애를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임신 당시에 나는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하였다. '내가 장애인 사실은 받아들여도 내 아이들이 장애인 것'은 받아들일 자신은 없었다.

 

 누리가 “엄마, 천천히 하면 안 흔들릴 거예요." 하고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아이들은 나에게 부탁할 때 더디게 하면 "흔들려서 잘 안되죠?, " "천천히 하세요." "아빠에게 부탁할까요? " 하며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아니, 엄마도 할 수 있어. 기다려 줄래?" 하면 "알았어요." 하며 끝까지 기다려주는 고마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오늘처럼 아무렇지 않게 엄마에 대해 '부끄럽다.'라는 기색 없이 재잘거리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서 공유가 가능하기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학교에 갈 나이가 되고 친구들이 나에 대해 공감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예전에 쌍둥이들의 친구가 자신의 엄마와 다르다는 것을 느껴졌는지 나를 빤히 쳐다본 적이 있었다. 그 시선을 앞으로 아이들에게도 쏟아질 것이고 물어보는 날도 올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나의 마음이 쿵 하고 떨어졌다. 쌍둥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면 당황치 말고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장애인 처음 보지, 우리 엄마는 조금 불편하지만, 괜찮아!”라고 오늘처럼 아무렇지 않게 나눈 대화처럼 쿨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다른 엄마들처럼 빠르게 척척 들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몸은 불편하지만, 우리 엄마는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어'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나를 찾으면 늘 곁에 있어주고 싶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가 쓴 글에서 ‘장애인’이라는 뜻은 ‘사람들에게 길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말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오래 사랑받을 사람의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다.


나는 사랑 복이 터진 사람이어서 행복하다. 


사진출처: bolg.naver.com/artisyang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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