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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심 May 21. 2021

먹구름은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어제 출근길은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날씨가 왜 이러지? 비가 올 듯 말듯하네.’     


 점심을 먹은 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생활재활팀장으로부터 대*씨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전해 들었다. 나는 순간,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왜 돌아가신 걸까?’ 코로나 이전에는 종종 대*씨를 집으로 데려가기도 하시고 시설로 방문도 하시기도 하셨다. 코로나 이후 방문 제한이 있자 종종 아들의 안부 전화를 하시고는 하였다. 보호자께서는 대*씨에게 ‘어머님의 죽음을 알려드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어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도록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빼앗을 권리가 우리에게 과연 있기는 하는 것일까?’, 아님 보호자의 말대로 ‘장례식장에 가보지도 못하는데,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하는 두 가지 마음이 생긴다.    


 대*씨는 제과제빵 프로그램 시간에 케이크를 만들 때마다 ‘엄마 갖다 주고 싶다.’고 말을 자주 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에게 명절 선물 사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어머님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제는 대*씨가 그런 말을 할 때 우리는 어색한 연기를 해야만 한다.      


 만약 대*씨가 시설에 살지 않았더라면, 국가의 방침에 따라 시설 방문 제한으로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분명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곳에 입소하였는데, 이럴 때마다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시설 종사자인 우리가 모자지간을 만나지 못하게 한 것 같아 괜한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곳은 성인 장애인 시설이므로 보호자님들께서는 대부분 연로하시다. 우리는 대*씨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진다. 보호자님께 여기 계시는 자식들 얼굴을 보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더는 보호자 캠프 때 트로트를 간드러지게 부르시던 모습도, 경쾌하고 특유한 강원도 사투리도 이제는 들을 수가 없다.     


 오늘 오후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왔다. 며칠 전 대*씨 어머님께서 찾아뵙지도 못해서 미안하다며 시설장애인과 선생님들 드시라고 보낸 것이었다. 초코파이를 보는 순간 먹지도 않았는데, 나는 목이 꽉 매이는 듯한 느낌이다. 추운 날과 더운 날에도 공공근로로 버신 돈으로 보내신 간식임을 우리들은 안다. 다른 그 어떤 간식보다 귀하다.    


 어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잔뜩 비를 먹은 듯한 먹구름이었지만, 끝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아마 대*씨 엄마가 아픈 손가락인 자식을 두고 가는 어미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번 보고 가지 못한 어머님은 눈을 제대로 감으셨는지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 저희와 대*씨는 잘 지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하며 하늘을 나는 올려다보았다.        


                                         그림출처: <아기 구름 울보> 그림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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