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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만약 비장애인 된다면 뭐부터 하고 싶어?

행운이 구르는 속도를 읽고...

by 백순심

『행운이 구르는 속도』는 제4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제목부터 장애인을 은유법으로 표현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주인공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주인공이다. 하늘이 엄마는 바닷가에서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신다. 그 건물에 한 달을 살기 위해 이라크에서 온 마란 언니를 알게 된다. 마람 언니는 하늘이에게 자신을 램프의 요정이라고 소개하며 하늘이에게 소원하나를 들어 주겠다고 한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장애인에서 비장애인이 되기를 원하는 소원을 빌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하늘이는 자신의 장애를 약 올리는 친구를 대신해서 나서주는 친구들,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하러 가기를 바라는 친구들,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음식점만 가는 것에 불만이 없는 부모님과 친구들 기꺼이 식판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기에 비장애인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 필요가 없다. 하늘이의 소원은 전동 휠체어를 갖는 것이다. 그 소원은 이루어졌고 좀 더 자유로운 하늘이가 되었다.


나는 어릴 적에 비장애인으로 일주일만 살아보는 게 소원인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로 인해 경력직 공무원 시험에서 필기에 합격했음에도 나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고 사회복지현장에서 경력이 턱없이 적은 사람에게 밀려 떨어졌을 때 빼고는 장애인의 삶이 나쁘지가 않다.


우리 아이가 엄마는 비장애인이 된다면 가장 뭐부터 하고 싶어? 라고 질문했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굳이 대답한다면 근사한 커피숲에서 우아하게 찻잔을 들고 마시는 정도? 이다. (혹시 비장애인이었다면 잘생긴 신랑을 만났으려나…. 하하) 장애인의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할 수 있는 건 장애가 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의 대부분 소원이 비장애인이 되는 그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 당사자는 장애인에서 비장애인으로 뿅하고 변신하는 것보다 장애인으로 살아감에 있어 좀 더 개방된 사회, 장애인이 사는 삶의 무대가 확장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장애를 무겁지도 않고, 장애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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