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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담 Oct 28. 2022

퇴근하겠습니다. EP9. 텍사스 익스프레스

샹젤리제? 샹들리에!

퇴근 후, 나를 포함한 4명의 팀원들은 팀장님 자리로 모였다. 팀장님은 편하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고 했지만 다들 멀뚱히 리스트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팀장님은 뒤돌아 우리를 보았다.


“이태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역시 내가 고르는 게 빠르겠지?”


팀장님은 리스트에서 음식점 하나를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서 말했다.


“여기가 괜찮겠다”


모든 팀원들의 시선은 팀장님의 손가락을 빠르게 따라갔다. 나는 그 손가락 끝에 있는 이름을 보고 속으로 안도했다. 그녀가 ‘텍사스 익스프레스'라는 음식점을 가리키길 나도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 음식점을 대학교 후배 한민이와 지난 크리스마스 때 한번 가본 적이 있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오후 4시가 다 되도록 누워만 있었다. 그때 한민이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할 일 없는 거 다 안다며 저녁에 이태원에 가자는 전화였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은 죽어도 싫었다. 하지만 한민이가 회사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식사권의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을 때, 나는 벌떡 일어나 옷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입구부터 커다란 샹들리에가 식당 내부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검은색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입구까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한민아, 저 샹젤리제 정말 멋있지 않냐? 저런 거는 얼마 할까?”


한민이가 속삭이듯 대답했다.


“형 좀 조용히 해. 저거 샹젤리제가 아니라 샹들리에야.”

그 말을 들은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고 자리로 갈 때까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우리는 웨이터의 추천으로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은 채 이곳의 시그니쳐라는 함박스테이크를 2개 시켰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그릇에 묻어있는 소스까지 긁어먹으며 이런 곳에 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선배, 저 샹들리에 너무 멋있지 않아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팀 회식을 오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음식점에 도착해서 주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팀장님은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해맑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주문을 시켰다.


“여기 바비큐 폭립 플래터 패밀리 사이즈로 주세요”


‘어?! 나… 신경치료 중이라 등갈비는 뜯어먹기 불편한데…’


하마터면 나의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그러곤 안중에도 없었던 식전 빵만 포크로 부스러뜨렸다.


“팀장님, 여기는 함박스테이크가 시그니처라던데요?”


“그런데 폭립이 더 맛있어 보이는데요.”


“맞아요 맞아요! 팀장님, 저희 생맥주도 시킬까요?!”


“생맥주는 당연히 시켜야지~! 오늘 법인카드 긁는 날이니까 맘껏 드세요!”


다들 오랜만에 한 회식에 신이 나서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 먹을 게 없네…’


그렇게 나는 죄 없는 포크를 물어뜯으며 영롱한 맥주에 온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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