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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담 Oct 10. 2022

퇴근하겠습니다. EP5. 맥시멀리스트의 책상

What’s in my desk?

오늘 출근길에는 5월의 봄비가 무슨 여름철 장맛비처럼 억수같이 쏟아졌다. 뭐하나 특별히 달라진 것 없는 평범한 하루에 비만 더해졌을 뿐인데 왜 출근을 준비할 때부터 늦장을 부리고 싶어 지는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평소보다 지하철은 복잡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어젯밤에 본 워킹데드의 좀비들을 연상시켰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나도 좀비가 되는 상상을 했다.


3일간의 교육이 끝나고, 실무에 투입된 지 3일째 되는 월요일 아침이다. 입사 일주일 차, 아직 사무실의 공기가 낯설기만 하다. 아직까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데 사무실만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긴장을 바짝 하게 된다.


그러다 손목시계에서 알람이 울린다. 미리 설정해 놓은 오늘 해야 할 업무가 뜬다. 우리 부서에서 쓸 비품 발주와 폐지 버리기이다. 이런 잡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부터 특기였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하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취업 준비를 했을 텐데 싶다.


내 자리는 사무실 출입문 바로 앞이다. 책상 위엔 입사 일주일 만에 가득 찬 물건들이 깔끔하게 줄지어 있다. 왼쪽 편에는 내가 숙지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서와 회사 조직도가 놓여 있다. 그 위로 내 가방을 놓는다. 


바로 옆에 삼단 트레이는 아직 비어 있다. 가운데는 듀얼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가 놓여있다. 입사하고 가장 놀란 것은 나에게 모니터가 2개나 주어졌다는 것이다. 오른쪽 편에는 비타민C, 루테인, 홍삼 등 건강 보조 식품을 갖다 놓았다. 어제는 블랙 마카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 쿠팡으로 주문해 놓은 상태이다.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가져다 놓았지만 여분의 콘센트가 없어 방치 중이다. 그래서 대신 공기 정화 식물 스투키 화분을 가져다 두었다. 미니 가습기와 선풍기도 가지고 왔지만 휴대용 공기청정기와 같은 처지이다.


그 아래로는 다이어리, 별다방 텀블러와 머그컵이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내 책상은 늘 빈틈이 없었다. 책상이 꽉 채워져 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끼고, 왠지 일처리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잡무가 끝나니 오후에는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쿠팡을 켜 다음 위시리스트를 찾아 헤매다 보니 시계가 오후 6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 & 이미지 출처] MinUK, HA @ha_r_u_247 / 김유인, @studio_yoo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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