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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담 Oct 03. 2022

퇴근하겠습니다. EP4. 입사동기

이젠 회사에서 MBTI 검사까지 해야 하나요...?

옆자리 앉아 있는 성민씨가 노트북을 탁 덮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시계를 쳐다봤다.

아직 5시 52분이었다.


‘이렇게 빨리 짐을 챙겨도 되나?’


내가 성민씨를 살피는 사이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성민씨는 오늘 나와 8시간의 교육을 함께한 유일한 내 입사 동기이다.  똑같은 내용을 배워도 나는 한참을 걸려 수기로 기록을 했지만 그는 PPT에 띄워진 내용을 사진 찍어 바로 노트북에 불러왔다. 1교시부터 곁눈질로 지켜본 그는, 동작 하나하나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 같았다.


“형님,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1교시 교육이 끝나고 성민씨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아직 안 해봐서 모르는데 회사에서 하라고 하던가요?”


그 순간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리며, 며칠 전에 동진이가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하나 보내준 것이 생각났다. 동진이는 내게 링크로 들어가 MBTI 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나는 ‘아이고… 신체검사 정상이면 됐지 이제는 성격 검사까지 하라고?’라는 말을 남기고 60개 문항을 확인하자마자 사이트를 나가버렸다.


내가 이런 얘기를 끝마치기도 전에 성민씨는 형님은 ISTJ형 일 것이라며 한 뼘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ISTJ형의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막 해주었다.


“형님은 일단 앞자리 I는 확실해요. 제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낯 가리는 것 같아요.”

“또, 원리, 원칙을 지키기 좋아해서 약간 노잼 스타일이에요.”

“근데 형님 같은 스타일이 친해지면 진짜 재밌는 스타일.”

“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거 싫어해서 지금도 부담스러우실지도?”


듣다 보니 틀린 말은 아닌데, 장점이 하나도 없어 듣기 거슬렸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이 공간의 적적함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성민씨는 멈추지 않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침에 느꼈던, 부잣집 도련님을 연상시키는 과묵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성민씨는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호들갑을 잔뜩 떨면서 이야기했다. 그런 생각이 스쳐가던 중 2교시가 시작되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입을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가려고 하는 표정인 것 같아 내가 먼저 선수를 쳐 말을 뱉었다.


“오~ 재밌는데요! 감사합니다. 더 듣고 싶은데 쉬는 시간이 끝났네요. 담에 또 들려주세요.”


“아이 참! 2교시만 아니면 더 얘기해 줄 건데 아쉽네요 형님. 끝나고 또 얘기합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강사님 쪽으로 몸을 재빨리 틀었다.


5교시 중 1교시 만을 회상했을 뿐인데, 벌써 5시 57분이었다. 성민씨는 가방을 모두 챙긴 후 의자에 엉덩이 끝 부분만 걸쳐 앉은 채로 몸을 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사진 & 이미지 출처] MinUK, HA @ha_r_u_247 /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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