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쬘 무렵, 들판에선 노란 기생초가 고개를 내밉니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얇은 꽃잎은 마치 어릴 적 손을 잡고 뛰놀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생초의 꽃말은 ‘아름다운 추억’과 ‘간절한 기쁨’입니다.
기생초는 이름만 들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연약한 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메마른 땅,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홀로 피어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냅니다. 특히 기생초의 생존 전략은 주위 환경에 맞추는 능력에 있습니다. 물이 적은 곳에서는 뿌리를 깊게 내려 땅속 깊은 곳의 수분을 끌어오고, 비옥한 땅에서는 넓게 뿌리를 퍼뜨려 양분을 빠르게 흡수합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서양 철학자 존 로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흰 도화지와 같아, 경험이 그 위에 흔적을 남긴다.” 기생초의 유연한 생존 방식은 바로 이러한 경험의 흔적이 쌓여 자신을 완성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은 하나하나 우리 안에 스며들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냅니다.
동양의 고전 《맹자》에는 “물은 때로는 둥글게 흐르고, 때로는 모나게 흐르지만, 본래의 성품을 잃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기생초의 생존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응하되, 자신만의 본질을 잃지 않는 모습이 바로 기생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자신이 마치 이 세상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외로워합니다. 그러나 기생초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거친 땅이라도, 그곳에서도 피어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은 결국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기생초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면서 간직했던 작은 기쁨들과 소중한 추억들 역시 지금의 나를 이루는 뿌리가 아닐까 하고요. 어려운 순간일수록, 그 뿌리가 더 단단해지는 법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기생초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야." 그러니 오늘의 걸음이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추억을 쌓고, 삶의 기쁨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