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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작은 숨결의 시작

by 사유

햇살이 아직도 망설이는 숲속
현호색이 고개를 듭니다.
낙엽 아래 감춰 둔 겨울을
조용히 밀어내며 피어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장 먼저 봄을 부르는 것은
언제나, 가장 작은 것들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며도
끝내 뿌리 뽑히지 않는 마음처럼
현호색은 땅을 껴안고
보랏빛 숨결을 틔웁니다.

그 자리엔
아무 말 없이 지나간 이들도
잠시 멈추어 발끝을 낮춥니다.
무언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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