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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피고 지는 이름으로

by 사유

햇살이 아직은 서툰 봄날
할미꽃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고개 숙인 자리에
한 세월의 인내가 묻어납니다.

누구보다 먼저 피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시들 줄 아는 꽃.
그 보랏빛은 말이 없고,
그 침묵은 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하얀 털옷을 입고
바람 따라 무언가를 보냅니다.
꽃이라기보다 한 생,
씨앗이라기보다 한 뜻.

지나가는 이들은
그 이름 앞에 잠시 발을 멈춥니다.
무언가를 보내고도
끝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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