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면 진심일까?
각자의 사랑 안에 머물며,
가끔 서로에게
휴식이 되어주던 우리.
따뜻했던 4월의 마지막 날.
"내가 좋아하면 어쩔 건데?"
고백처럼 다가온 너의 속삭임에
우정은 조용히,
사랑의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지.
내 마음은
우정의 밤을 지나
사랑의 달빛으로 물든, 새벽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밝아졌어.
햇살에 비친 너의 장면들,
바람에 실린 우리 이야기들은
내 마음 서재 한편에, 조심스레 꽂힌
앨범과 일기로 남았고.
먼저 자리한 사랑에게 느꼈던 미안함.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드러낼 수 없어 더 애틋했던 그 마음.
자주 볼 수 없었기에 더 간절했던 만남.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서
서로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쉴 새 없이,
마음의 소리를 입술로 건넸으며,
마치 구름의자가 놓인 타임머신을 타고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쓴 위스키조차 달콤한 실론티처럼
느껴질 만큼, 우린 서로에게
취해 있었지.
‘기쁨과 배려의 역’에서
설렘을 싣고 출발한 열차는
마지막 종착역,
‘현실과 이성의 역’에 멈춰 섰고
우린 결국,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서야 하는 순간.
풀고 싶지 않았던 짧은 포옹 후,
마른 미소로 던진 너의 한마디
"좀 먼저 오지 그랬니…"
이별보다 더 아픈,
너의 마지막 진심이었어.
어딜 가도 마주치는 너의 이름.
그때도 어렴풋이 예감했었지.
흔한 이름을 가진 너와의 사랑이,
추억이 된 거리에서,
간판 속 글자에 남아,
눈으로 보고, 가슴에 맺히게 될 거란 걸.
내 또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살며시 찾아와 머물러 준 너.
그 따뜻했던 눈빛을 마음에 품고,
이제는 너에게 배운 그 미소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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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조심스럽게 건넨
친구의 이야기다.
듣는 내내,
어떤 비난도 공감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의 틈으로
또 다른 마음이 자리할 수 있을까?
이 마음들이 생존경쟁을 한다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틈을 본 마음이 잘못인가?
틈을 보인 마음이 잘못인가?
당신의 잣대는, 어디에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