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 : 식탐(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포만감은 자존감일까, 자괴감일까

by 감성반점

♤ 식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아야 하는 존재의 무거움 – 식탐

지금은 점심시간.

반나절의 보상일까?

고추기름의 강렬한 인상을,
해물로 순화시키고,
오감에 노크하듯 미소 짓는
짬뽕곱빼기 한 그릇.

쫄깃 땡땡한 면발,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오늘따라 더욱 반가운 것은
어제의 숙취 때문일까?

먹고 있어도, 그리운 이 맛.

마치,
청소기가 먼지를 삼키듯,

욕조에 물마개를 뽑은 듯,
입 속으로 빨려드는 면발이
군대 보내는 아들 같은 나.
그런 내가 밉기도, 귀엽기도 하다.

시도 때도 없이 먹어도,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미쉐린 타이어가 되지 않고,

먹다 지쳐 잠드는 그 순간의 포만감조차 자존감이 되는,
식탐이 자부심인 나라.

파라다이스는,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환생이 있다면,
우리 엄마가 될 분이,
그 나라 국민이면 좋겠다.
식탐지원금과 뱃살 면제권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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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현실은..

짬뽕곱빼기의 포만감,
헬스장 CCTV강제 출연으로 응징된다.

자존감과 자괴감은
한 끗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