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소도 사랑이다.
♤ 바가지
"화장실 나오면 불 좀 꺼라~
젖은 수건, 아무 데나 뭉치지 마라~
양말 좀, 뒤집어 벗지 마라~"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샐까.
시엄마의 아들과
열성유전자는 꼭 닮아 가지만,
빙수에 팥 같은 우리 아들.
그 두 인간을
어여삐 여기는 사람,
바로~ 27년째
가정과 직장의 연합군에서
제대하지 못한
우리 집의 멕아더 장군.
그 장군님에게
나는 얄밉게 속삭인다.
"당신한테 다 새서,
밖에선 더 샐 게 없어."
어이없다는 듯
썩소를 날리는 당신에게,
소리 없이 외쳐본다.
"다음 생엔, 철바가지로 태어나서,
아무리 꼭꼭 숨어도 꼭 찾아낼게."
이 말이 입 밖으로
던져지는 순간의 장면은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본다.
딸의 봄은,
엄마의 가을을 동경한다.
잔소리마저 따뜻한,
그 챙김소리에 담긴 사랑도.
장모님께 고마운 이유다.
오늘도,
바가지는 새고 있다.
썩소라는 파도를 타고, 당신이란 바다로.
졸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