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호사 있으면 소개시켜줘

소비자의 관점에서 좋은 변호사란 누구인가

by 김형진 변호사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괜찮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과제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법률전문가가 있다면 그에게 직접 상담받거나 그를 통해 알맞는 변호사를 소개받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맨땅에 헤딩하듯 변호사를 찾아나서야 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별다른 고민없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가장 먼저 나오는 변호사에게 연락하거나, 집에서 가까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서 무조건 신뢰하고 사건을 맡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률 분쟁을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방법, 인터넷으로 여러 변호사를 검색해보고 이력, 수행사례, 기사, 칼럼 등을 훑어보면서 비교해보는 방법, 변호사 비교에 용이한 사이트들을 통해 여러 변호사의 의견을 모아보는 방법, 여러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변호사 탐색에 상당한 고민과 노력을 동반하는 배경에는 1) 마주한 법적 문제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고, 2)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부담스러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3) 안 좋은 변호사를 만날까봐 불안하다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는데, 종합하여 '선택의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점심 한끼를 뚝딱 해치우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맛없는 식사는 참을 수 있을 테니(아닌 분도 당연히 있겠지만) 주변에 있는 식당 중 대충 정하고 말겠지만, 상견례나 부모님 환갑잔치,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식당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책정한 예산이 많다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혹은 길가다가 발목을 삐끗한 사람이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난치병을 앓게 된 사람이 선택하는 기준은 서로 다를 것입니다. 대체로, 변호사를 고르는 것은 실패하면 안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데 실패한 사례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한 사례들은 괜찮은 변호사를 탐색하는데 더욱 신중한 노력을 기울이게 합니다. '나쁜 변호사'는 분명히 있습니다. 2024년 6월 기준 총변호사 수가 3만 5000명 정도였다는데, 그 수많은 변호사의 실력과 성품을 비롯한 제반 역량이 균질할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돌팔이 진료를 하는 의사, 부실공사를 하는 건설업자, 비위생적인 음식을 파는 요식업자 등이 있듯이, 역량의 편차를 넘어 기준에서 벗어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도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현실은 인식하고 결정에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좋은 변호사를 만나기 위한 신중한 고민과 결정을 넘어, 나쁜 변호사를 만날 위험을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도하게 신중한 태도는 선택의 폭을 좁히고 판단을 흐려 오히려 나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같은 이유에서, 동종업계를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폄하하면서 자신의 서비스를 과찬하는 공급자는 오히려 불량공급자에 가깝다는 선입견이 제겐 있습니다). 매년 변호사의 수와 법률서비스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법률시장에 접촉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공급도 함께 증가하여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변호사를 만난 경험들을 비교하고 그 법률서비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 사례의 공유도 함께 원활해지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장에 대한 정보가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데, 살면서 변호사를 딱 한 번 만난 사람이 불량한 서비스를 경험했다면 그에게 변호사는 전부 사기꾼처럼 보여 그 위험을 전파하게 되고(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한 사례는 보다 자극적이어서 노출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접한 무경험의 소비자로서는 변호사 선택에 앞선 막연한 불안을 떨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선택의 폭은 비교할 수 없이 넓어졌는데, 그 결정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나쁜 변호사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정보와 수단들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그런데 '나쁜 변호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답을 찾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변호사인 저에게 좋은 변호사란 결국 제가 추구하는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주관적인 기준을 어설프게나마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이 글에서는 말고), 소비자에게 좋은 변호사가 무엇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변호사를 시작하던 때에는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변호사들을 보고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이제는 '좋은 변호사'의 절대적·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제 눈에는 정답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방식에도 나름의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험들은, 그 정답을 찾는 것이 보다 많은 디테일이 요구되는 복잡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중에 다시 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변호사'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지만, 그 판단에는 소비자의 만족감과 같은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좋은 변호사'는 결국 개별 소비자의 성향, 구체적인 상황,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상대적인 판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제 생각입니다.



소비자의 성향, 법률문제의 해결 방향과 목적은 천차만별이고, 이를 만족시킬 변호사도 일관된 기준으로 줄 세울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의뢰인이 우리 법과 법원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 어떤 변호사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잘 설명하여 무리한 주장을 철회하고 나아가 무리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득하지만, 또 어떤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에 동화하여 그 감정까지도 담아내어 의뢰인과 함께 기존의 체계에 도전합니다. 전자의 시선에서 후자는 촌스럽고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현행법의 체계에서 무리한 주장으로써 판례를 바꾸고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거나,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아 소송외 해결을 도모하거나, 합의, 조정에 이르는 등 그 좁은 틈을 찾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한 결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우리 변호사의 '졌잘싸'만으로 영혼의 위로과 평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의뢰인에게는 후자가 훨씬 훌륭한 변호사일 것입니다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무리하게 수임하여 의뢰인의 주장을 답습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변호사윤리장전 제20조 제2항이 '변호사는 의뢰인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사건을 그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설명하거나 장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소통방법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에 토달지 않고 그저 귀기울여서 잘 듣고 이해해서 법적인 용어로 잘 풀어서 쓰는 변호사를 원하지만, 어떤 사람은 꾸짖고 타일러서라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의견을 납득시키고야 마는 변호사를 원합니다. 물론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나의 대리인이 최상의 결과를 내어놓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그저 불친절한 경우나 일하기 귀찮아서 화내는 경우는 당연히 논외입니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3조 제1항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항상 친절하고 성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사안에 따라 요구되는 인력, 전문성, 경험 등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내일 당장 엔비디아와 삼성전자가 서로 합병하겠다면서 법무법인 사이에 해당 딜의 법률자문을 위임한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거절입니다. 변호사의 수로 보나 전문 분야로 보나 그냥 불가능입니다. 사안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제 막 수습을 마친 1년차 변호사라 하더라도 성실하기만 하면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안도 대단히 많습니다. 별다른 이슈없이 그저 몇달 밀린 보증금 3천만원을 돌려받고자 하는 세입자에게 30년차 변호사 10명이 3년차 변호사 1명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물론 속도, 절차 이해도 등 전자가 앞서는 요소가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비용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전자가 더 불합리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평가요소의 가중치가 변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족이지만, 모든 사안이 높은 수준의 전문성, 많은 수의 변호사, 오랜 법조경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비용은 선택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고, 위와 같은 요소들은 대체로 비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외관상으로만 이러한 사항들을 내세워 과다한 보수를 청구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는 위임인데, 위임계약의 특성상 주관적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위임인인 의뢰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나는 돈만 낼테니 알아서 해주세요'는 변호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하는 쿨한 말이기도 하만, 무한한 서운함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의뢰인이 자신의 요구사항,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기초자료와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적절한 결과 도출을 위한 것이지만, 그 소통 과정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성향과 니즈를 파악하여 그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소통은 서비스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만큼, '좋은 변호사'는 미리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과 변호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들어집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주관적인 만족감만이 좋은 변호사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합니다. 저는 맛이 뛰어나고 불친절한 식당보다는 맛이 별로 없어도 친절하고 다정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충치 하나 치료하더라도 다정한 돌팔이 의사보다는 불친절하더라도 실력있는 의사를 찾을 것입니다. 저는 의사가 저한테 과잉진료를 하든, 치료 중 실수를 하든 아마 잘 모를 겁니다. 싹싹하고 다정한 태도는 주관적인 만족감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성실하고 꼼꼼하게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장기려 평전 후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문가의 실력없는 열정은 재앙이고, 소비자는 영원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제목에는 좋은 변호사를 찾는 방법이라고 해놓고는 본문에선 좋은 변호사의 기준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여 민망한 면도 있습니만, 어차피 좋은 변호사란 건 없으니 포기하라는 허무주의적인 결론이 아니라고 선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론과 거리가 먼 장황한 사설의 목적은, 막연히 좋은 변호사를 찾기보다는 자신이 마주한 문제가 무엇이고 상황이 어떠한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절차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아, 그와 함께 충분히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이 아주 중요합니다(별도의 게시글로 남기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누군가 저에게 '그런 건 다 모르겠고 그냥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달라' 하면 아마 착하고 성실하고 제가 좋아하는 변호사들을 소개해드릴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그게 좋은 변호사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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