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12편
나는 후식 볶음밥 먹기 위해 먹는 몇 가지 음식이 있다. '이것을 먹기 위해 먼저 저것을 먹는다.'라는 표현이 다소 황당하지만 곱창전골, 얼큰 샤브샤브, 한우구이가 이에 해당한다. 주 요리를 맛있게 먹고 배가 불러도 후식 볶음밥은 꼭 먹게 된다. 나의 소울 푸드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후식' 볶음밥이라는 말을 뛰어넘는 맛들이 있다.
곱창전골의 후식 볶음밥은 응축된 맛이 일품이다. 곱창, 야채, 면사리를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먹는다. 남은 국물이 끓여지고 또 끓여져서 진한 본질만 남게 된다. 그 상태에서 밥을 볶고, 살짝 눌러 붙이면 그냥 게임 끝이다.
반면에 샤브샤브의 후식 볶음밥은 보완적인 관계이다. 먼저 흰 국물이 아닌 얼큰한 샤브샤브(예: 등*샤브칼국수)를 먹으면서 그 위에 김치까지 올려서 먹는다. 그 후 남은 국물을 넣은 것인지 아닌지조차 구분이 안 가는 부드러운 계란볶음밥을 먹는다. 매운맛으로 고생했을 속을 달래면서 식사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한우구이 (예: 대*식당)의 깍두기 볶음밥을 먹으면 소기름에 볶으면 뭐든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것이 들어간 것 같지 않은데 깊은 맛이 난다. '이게 바로 동물성 지방의 위력인가?'하고 생각하며 먹다 보면 이미 다 먹었다.
외식을 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때는 김치볶음밥을 대체재로 만들어 먹는다. 곱창전골 국물에 볶아 먹는 볶음밥만큼 깊은 맛은 아니지만 간단하면서도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군내 나는 김치도 조금의 설탕만 추가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수많은 김치볶음밥 레시피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김치 밥그릇 1 공기 분량을 가위로 잘게 자른다.
(칼과 도마도 좋지만 설거지할 미래의 나를 위해 가위를 선호한다.)
2. 기름 밥숟가락 반 스푼과 설탕 적당량을 넣고 볶는다.
(설탕은 김치의 군내 정도에 따라 넣고, 참치나 햄을 추가하실 분은 여기서 넣어 주세요.)
3. 밥을 넣고 같이 볶는다.
4. 밥을 한편으로 밀고 간장 한 스푼을 넣어서 간장이 보글보글 끓으면 밥 전체를 섞는다.
4번이 가장 중요한데 간장이 보글보글 끓이면 간장의 향이 깊어져서 볶음밥이 더욱 맛있어진다. 간장이 눌어붙지 않을 정도로만 끓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오늘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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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먹 경험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