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6화
서울, 경기, 대전에 위치한 여러 빈티지샵을 방문해보았다. 대규모 창고형 빈티지 샵과 소규모 개별 빈티지샵을 골고루 다녀왔다. 수많은 옷들 중 나의 스타일,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는 건 보물찾기 게임 같아서 재밌었다. 빈티지샵은 그냥 버려질 뻔한 의류가 새 주인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장소이다. (4편 나만의 보물을 찾아보자: 빈티지샵)
그러나 대규모 창고형 빈티지샵에 갔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옷을 보고 왠지 모를 부담감이 느껴졌다. ‘저 수많은 옷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미래에 가지게 될 옷들의 종착역은 여기일까?’라는 의문점들이 떠올랐다.
자라, 포에버21 등 SPA브랜드도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패스트 패션의 흐름과 함께 이런 브랜드들은 급성장했고, 그 결과 빠르게 입고 빠르게 버려지는 옷들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스타일보다는 특정한 스타일의 옷이 더 많았다. 특정 스타일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에 맞춰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또 무난한 스타일은 수요가 높아서 빈티지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팔릴 수도!
프라다,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하이엔드 빈티지 의류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그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특히 수요가 높은 샤넬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중고 트위드 재킷이 350만 원인 경우도 보았다. (감정서 포함) ‘역시 샤넬은 샤넬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그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해보았다. 누군가가 입다가 버린 옷이지만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헌 옷'이라기보다는 '수집'의 영역에 들어간 것이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디자인, 그 시즌에만 나오는 한정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사람에 따라 개인적인 의미를 느끼게 해 준다.
이런 빈티지샵 쇼핑을 끝내고, 일반 옷가게에 방문했을 때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나 쾌적하고, 모든 사이즈를 비교해서 입어볼 수 있어서 몹시 편리했다. 그렇지만 버리지 않고 쭉 입을 수 있는 옷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에 쇼핑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영원히 샤넬이 샤넬일까? 미래의 샤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브랜드는 어디일까?’라는 의문점을 품고 옷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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