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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코로나 후유증

사자구의 의식주 7편

by 사자구

코로나의 증상이 사람마다 각양각색인 것처럼 그 후유증도 마찬가지이다. 잔기침, 호흡곤란, 후각 및 미각 저하, 무기력증 등 다양한 고통들이 남는다. 다른 후유증도 있지만 무기력하고 멍한 증상이 있다. 그것의 일환인지 특히 나의 식욕과 물욕이 사라져 버렸다.


식욕과 물욕은 내 인생에 몹시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소소한 취미 생활도 있지만 스트레스의 80% 이상은 먹을 것과 쇼핑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 8할이 없어지자 내 삶이 뻥 뚫린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욕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그런지 먹고 싶은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입맛이 돌아오지 않은 남편이 나를 따라 맛집들을 누비며 조금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 지름신이 도무지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쇼핑 위시리스트는 늘 길었고, 예산 내에서 살 것을 고르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리스트가 텅 비었다. 이것은 나로서는 몹시 놀라운 일이다.


쇼핑 중에서도 옷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소재도 무늬도 없다. 아무리 찾아 헤매어도 없다. 몇 년 간의 쇼핑으로 내 컬렉션이 드디어 완성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아직 원래의 나로 돌아갈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뜻밖의 코로나 후유증으로 다른 곳에서 재미를 발굴하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지도!


휴식이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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