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다, 내 머릿속엔 온통 저 멍청한 여자를 어떻게 고통스럽도록 괴롭힐까 하는 고민뿐이다. 행복이 불행보다 쉬운 사람의 고통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경제적 궁핍? 그런 건 그녀의 삶에 전제되지 않은 요소이다. 그녀의 친족이 패가망신하는 것보다 그녀를 향한 나의 고민이 나의 삶을 장악하여 셀프 패가망신하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그녀의 삶에 고통을 심는 것은 불멸의 불가능인가? 좌절과 무기력에서 일어나 다시 정신을 맑게 한다.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 의심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그녀는 주어진 것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해상도가 결여되어 있다. 저화질로 보는 세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적당한 노이즈는 향수를 부르는 감성으로 치환되며 일그러진 표정은 웃는 상으로 영사된다.
현 인류의 조상은 멍청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삶에 의심을 심을 수 있는 비언어적 수단들을 개발해왔다. 그중 하나가 음악의 Minor major9 코드이다. 일명 '제임스 본드' 코드라 불린다. 이 코드는 1-m3-5-M7-9도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M7은 Major 7th로 Dominant 7th에서 반음 높은, 즉 1도에서 반 음 낮은음이다. C의 M7은 B, E의 M7은 E♭이다. 9th 음은 8도, 즉 옥타브에서 한 음 높은음이다. C의 9도는 D, E의 9도는 F#이다. M7th과 9th는 불안정한 음으로 정의되고, 그렇기에 보편적으로 시작이나 끝 음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머리 아픈 화성학은 제쳐도 된다. 중요한 건 제임스 본드 테마곡 "Dr. No"에서 이 코드를 맨 처음과 끝에 사용함으로써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파이 물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시 말해 제임스 본드 프랜차이즈는 Minor maj9 코드로 반세기 넘도록 성공적으로 전 인류의 머릿속에 의심을 심어놓은 것이다.
이거다! 합법적이며 물리적인 고문 수단도 부재하고 고도의 언어적 수단도 통하지 않을 상대에겐 피타고라스가 고안한 역사적이고 본능적인 고통을 심는 수밖에. 몽크는 말했다. 세상에 틀린 음은 없다. 모든 음은 어디로 나아가냐의 문제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녀를 영원의 고통에 잠식할 음악을 만들 것이다.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것을 의심하고 가진 것을 내던질 것이다.
Oct. 24th of 2021
델로니어스 몽크는 말이 없고 까칠하기로 유명했다. 몽크는 화성학 이론에 기반한 보이싱보다는 '틀린 음'을 적극 활용하여 본인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고수했고, 마일스 데이비스는 본인의 솔로를 빛내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피아노 보이싱을 원했다.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Miles Davis and the Modern Jazz Giants> 앨범을 작업하며 자주 부딪혔으며 해당 앨범의 "The Man I Love (Take 1)"의 앞부분에 녹음된 몽크와 데이비스의 언쟁을 들을 수 있다. 그 후 서로에게 빈정 상한 둘은 다시 함께 작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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