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껄껄, 안녕하십니까~ 학회장 김경민이올시다."
김경민은 두 사람의 의전을 받으며 제네시스 G90에서 하차했다.
"학회장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번에 함께 먹었던 막창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말입니다."
"맞지요, 정 교수. 요즘 하는 일은 잘 되는가?"
"학회장님이 도움을 주셔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한 번 방문 오시죠~ 허허허"
머리가 70% 정도 희게 샌 60대 한국 남성 김경진과 눈으로 웃는 법을 잊은 50대 한국 남성 정규진은 벤치 앞에서 불을 나누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명도만 살짝 다른 쥐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고개를 박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 학회 시작 전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
중장년 한국 남성들은 자리에 일어나 자신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소명을 오른손에 품은 채 경건히 애국가를 제창했다.
"나 학회장 김경민은 아주 자랑스러워요. 우리가 이 분야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로패 수여가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학계를 이끄는 연구자를 위해 수여하는 이 공로패의 주인공은! 박송순 명예교수!
머리가 새하얗고 허리를 곧게 피지 못하는 70대 남성 박송순은 공로패를 들고 자신의 명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쥐색 양복을 입은 김경민을 중심으로 쥐색 양복을 입은 박송순, 정규진을 포함한 중장년 남성들이 줄을 이뤄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 이게 2021년 중년의 위기를 맞이한 대한민국 남성들이 자아를 보전하고자 하는 집단적 행위이군요! 국민의례라니... 이런 인권침해적 행동을 단체로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구미시'를 리빙랩 공간으로 규정하여 20년 간 대한민국 남성의 행동 양상을 연구했습니다. 대한민국 중장년 남성은 가사노동, 양육 노동은 일절 참여하지 않으며 허상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여성을 향한 폭행, 혐오발언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학회'와 같은 행사를 자청하여 본인들의 지위와 명예, 그리고 자존감을 폐쇄적으로 보전하는 행위를 주기적으로 했습니다. 이것은 후대에 '위기의 중년 남성 신드롬'이라는 말로 정의되었습니다."
"실제 저 시기의 중장년 남성들이 이룬 업적은 있나요? 역사적 악명을 지닌 나치 집단도 주 40시간 노동 제도를... 어찌어찌하여 정립하긴 했잖아요."
"아하하하하하, 농담이시죠? 있을리가요. 중년 남성 신드롬은 비단 대한민국 국적 중장년 남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간혹 20대 남성 등 청년층에게서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45년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범주 중 하나로 정의되었고 적절한 정신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법에서 권고하고 있어요."
위기의 중년 남성 신드롬[Midlife Crisis of Male population Syndrome: MCM 신드롬]을 앓는 남성은 연애 및 결혼 시장 진입에 실패하여 유전적으로 대가 이어지지 않았다. 2052년 현재, MCM 신드롬을 앓는 남성은 드물게 관찰되며 MCM신드롬 환자는 폐쇄 병동에서 행동 치료를 받게 된다.
Oct. 23th of 2021
자미로콰이는 '애씨드 재즈' 장르로 분류된다. 애씨드 재즈는 1980년대 런던의 클럽가를 중심으로 힙합, 디스코, 펑크(Funk), 재즈, 소울의 요소를 합한 장르로 정의된다. 결국 애씨드 재즈는 모든 음악 장르의 궁극 진화 버전인 셈이다. 자미로콰이는 버팔로 뿔모자, 미국 원주민의 깃털 모자 등 특이하고 거대한 모자를 쓰고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많은 언론사들이 이에 대해 묻자 자미로콰이는 홍보 담당자를 통해 모자에 관한 질문은 일절 받지 않을 것이라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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