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16

무엇이 소중한 걸까.

by jungsin





천 원 이천 원 삼천 원 사천 원. 엄마가 아꼈던 것. 난 그 돈들을 바라보고 있어. 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용어들을 알아가고, 좋아하고. 걱정하고.


엄마가 몇 달 전에 정육점에서 만 원에 세 근 짜리 목살을 살까, 만 칠천 원에 두 근 하는 삼겹살을 살까 고민하다가, 만원에 세 근 하는 목살을 사서 묻혀 주었던 돼지고기를 나는 두고두고 정말 맛있게 먹었어. 한 개 삼천 원 하는 풀무원 국산콩 두부에는 눈길도 안 주고, 한 개에 칠백 원 하는 투박한 질감의 중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망설임 없이 사서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어. 너무나, 너무나 맛있었어.


버스비도 아끼려고 몇 정거장 정도는 걸어 다니고, 콩나물, 토마토, 사과 잎에서 한참을 서서 가격표를 바라보셨을.


언젠가 함께 보험회사에 가던 날, 자투리 시간이 있어서였나, 왜였는지 엄마와 스타벅스에 갔을 때. 2층 소파에 앉아있던 엄마 모습이 얼마나 어색한지. 너딘지 왜소해져서 카페에 앉아 있는 엄마 모습이 스타벅스와 너무나 안 어울려, 카페와 엄마가 너무나 안 어울려, 울컥하는 마음을 삼키며 엄마에게 다가샀었지. 뭐 마실 거냐고, 뭐 좀 마시라고 몇 번을 재차 물어봐도, 완강하게 마시고 싶은 것 없다고, 아무것도 안 마신다고 해서, 내 거만 마셨었잖아. 카페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알겠더라. 평생 괜찮은 카페 한번 안 다녀보았잖아, 엄마.


그래도 아들을 위한 일에는 아낌없이 썼던. 엄마. 엄마한테는 소중한 것이 분명했나 봐. 엄마에게는 소중한 것이 있었고, 언제나 그 일만 단순히 바라보았잖아. 사랑하는 일. 소중한 것을 아끼고, 애지중지하며 사랑하는 일.


난,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서 그래프라도 보는 건가 봐. 댓글을 보고. 사고, 팔고. 멍하니 올라가고, 내려가고, 없어지고, 쌓이는 돈들을 봐. 영혼이 없어 엄마. 멍하니 보고 멍하니 먹고 멍하니 자고 멍하니 깨어 나.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런 것에 관해 가끔 생각해 요즘, 엄마. 정말 소중한 것은 무얼까. 그걸 어떻게 찾아야 할까. 그리고, 소중한 것이 없으면 어떡할까. 나는 왜 이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고, 소중하지 않은 일들에 정신을 팔고 있을까. 증권아 올라라. 돌아와 잃어버린 돈들아. 그러고 있어. 읽으려 골몰히 애쓰고, 웃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일, 그런 것은 아예 안 한지 좀 된 것 같아. 소중한 것이 없어 이제, 별로, 엄마. 가장 간절한 희망은, 시간아 제발 빨리 흘러라. 시간아, 제발 광속도로 흘러라.


김**님이 원하는 가격으로 올라갔어요. ‘루시드 44000원’ 알림이 와. 자본이 좀 있으면 돈 버는 거 하나도 안 어려운 거였네, 이 세상. 가만히 보니까. 그렇던데. 돈 버는 일, 시람들에게 환심을 사고, 일을 추진하고, 볼이 적당히 발그레해지도록 활동하며 활력과 생기를 끌어올리고,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는 일. 다 그럭저럭, 할 수 있겠던데.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살 수 있는 거야? 살아지는 거야? 무엇이 소중한 거야?


칠백 원짜리 두부 한 모로 끓여주는 된장찌개. 만 원짜리 목살 세 근으로 묻혀주는 돼지고기 묻힘. 그게 너무 먹고 싶어. 몇 억을 벌면 또, 맛볼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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