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토 집에서

목각인형과 중세 기사와 함께 한 시간

by jungsin


그 젤라토 집은 가게 안쪽에 특이한 공간이 있었다. 공간의 넓이에 비해 약간은 버거워 보일 만큼 큰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을 둘러싸고 독특한 소품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테이블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손님 여덟 명 정도가 함께 모여 앉을 수 있을 만큼 컸는데, 우리는 그 큰 테이블에서 고작 맥도널드 콘 아이스크림 덩어리만한, 낱개로 된 젤라토 7개를 올려놓고 함께 먹었다.


배불리 밥을 먹고는, 젤라토 디저트 집을 찾아 5인승 승용차에 6명이 타고 20분 정도를 맹렬히 달려가서 먹은 젤라토의 깜찍함이나, 디저트를 가볍게 즐기기에는 너무 다양한 물건이 가득 들어차 있어 복작복작하고 서늘했던, 또 그로테스크하고 음산했던, 그 집 안쪽 공간의 기괴함.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정신없고 산만한 느낌들이 어떤 면에서는 나의 내면과도 닮아 있어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란하고 불안했다.


그곳에는 성인 팔 길이 정도 키의 실제 고철로 된 갑옷을 입은 중세 기사 인형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다르게 생긴 목각 장승이나 약간 섬뜩한 눈빛을 가진 미미와 라라 인형, 화려한 장식의 옷걸이, 챙이 일자로 된 힙한 스타일의 모자 등이 있었는데, 소품들이 다 하나같이 일관성 있게 빈티지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전혀 다른 소품들에 오묘하게도 공통적인 느낌이 배어 있어 영혼은 하나인 것처럼, 주인은 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물건의 종류는 다양한 한편, 하나하나 낱개로 보면 또다시 각각의 느낌들이 너무 짙었다. 모든 소품들이 고양이 같았다. 소품의 분위기든 젤라토 맛이든 저마다, 아무리 구석 자리에 있어도 어느 하나 배경을 자처하는 법이 없는 것 같았다.


오직 우리들만, 우리 사람들에게만 개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 주차를 하고 오느라 오래 자리를 비운 사람이 먹을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 각자 선택한 아이스크림을 선택한 사람이 조금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미세하게 배려하는 일,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이 한 입이라도 더 먹고 갔으면 해서 마음이 쓰이는 일. 그러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중세 기사 인형이나 섬뜩한 미미와 라라 인형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옷걸이마저 이토록 똑같은 영혼을 공유하고 있다니.

내 마음이지만, 함께 있는 동안은 내 마음이 내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마음의 방향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만큼이나 아끼고 싶은 서로를 향해 분주하게 왕복했고, 사실 나는 그 과정이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그 살아있는 감정들 속에서 쉬게 되기도 했다. 혼자 있었다면 그럴 것도 없었고, 목각인형이나 옷걸이처럼 고요했을 것이다. 분주함도 치열함도 갈등도 없이 고요했을 것이다. 따듯한 사람들과 있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따듯했던 순간도 많았고. 스스로 개성을 표백시키는 듯한 슬픈 느낌과, 서로의 마음에 포개어져 가기 위해 애를 쓰는 긴장과 아름다움. 갈등과 애착과 목마름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모습들이, 어쨌든 아무 말 없이 매달려 있거나 앉아있는 그 공간의 인형들과는 달랐다.


초코, 블루베리, 블루 스피룰리나, 유기농 말차, 딸기, 홍국쌀, 그리고 한 가지가 뭐였더라. 우리가 시켜먹은 7가지 젤라토들의 개성과, 그중 우리 각각이 베스트로 선정했던 원픽 젤라토의 다름까지. 사람도 인형도 젤라토도 너무 다르고 또 달랐다. 공동의 고백을 이해하는 일과 다름을 이해하는 일.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두 가지 모두 힘들다.


살아있는듯 그렇지 않은듯 닮은듯 다른듯. 목각 장승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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