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

first birthday 220614 without mother.

by jungsin



눈이 너무 따가워서 눈을 못 뜨겠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마음의 어떤 빈자리가 건드려져서 눈물이 났는데 눈물이 번지면서 속눈썹에 묻어있던 선크림이 눈에 들어갔는지, 손으로 눈물을 닦다가 들어갔는지. 시럽고 따가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뜨려고 할수록 더 따갑다. 눈을 뜨지 마. 너는 눈을 뜨지 마. 제발 너는 눈을 뜨지 마. 뜨려고 할수록 따가울 거야. 뜨려고 할수록 따가워질 거야. 선크림은 괜히 발라가지고. 선크림은 괜히 발라가지고.


급히 나오느라 푸석하고 횅한 얼굴이어서 선크림이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따가울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맨 얼굴로 갔으면 되는 건데. 맨 얼굴로 가면 되는 건데. 가볍게 맨 얼굴로 만나러 가면 되지. 맨 얼굴이 뭐가 부끄럽다고. 뭐가 잘못되었다고.


태어나서 엄마 없이 처음으로 맞는 생일이다. 엄마가 끓여주는 간장 미역국도, 촌스러운 설탕 꽃이 얹힌 케이크도, 아무것도 없다. 다들 소중한 것이 있는데. 모두들 사랑의 자리가 있는데. 나는 없다. 된장찌개도 케이크도 미역국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밤이면서 새벽이고 함께이면서 함께가 아니고 반짝이면서 어두운. 삶은 잔인한 변증법으로 이뤄진

것인가보다. 어쨌든 아름답게, 아름답게 이 변증법을 넘나들며 짧은 찰나의 생을 마쳐야 한다.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바다, 하늘. 바다. 하늘.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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