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단조 멜로디

by jungsin


죽고 싶다. 죽고 싶다. 그런데 죽고만 싶지는 않다. 아마 처음으로 살고도 싶어진 것 같다. 사실 나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정말 나는 가만히 있었고, 유일하게 생각한 것은 하루하루 정말 살지 말지만 고민이 되었는데. 그 사람이 불현듯 나타나 정말 득달같이 다가와서 이 사달이 난 거예요. 정말 인생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 음.. 제 생각에는 우연히 걸린 것 같지는 않아요. 한 명만 걸려라, 한 명만 걸려라. 그러고 있다가 걸린 것 같아요. 무의식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인지하지는 못하셨겠지만. 그게 누구였어도 아마 힘들 때 옆에 있었던 사람한테는 이렇게 빠져드셨을 거예요. 더구나 그게 제임스 님이시니까요. 워낙 감성이 풍부한 제임스 님이시니까, 더 그랬겠죠.


이 대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정말 죽고만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의도하지 않게 죽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거의 유일한 고민일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마 나는 모성애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늘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성애가 그리워. 모성애가 가리워. 그런 중에 뜻하지 않게 눈 밖에 있던 누군가가 눈 안에 들어오더니, 얼마 있다가, 눈썹에 걸리더니, 다시 또 얼마가 있다가 검은 눈동자 안으로 깊이 들어오더니. 이제 목으로 넘어가 목에 걸리고, 그러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가시처럼 온몸의 피를 타고 돌아다니더니, 어느 날 심장을 콱 찔러버린다. 그렇게 어느새 가시가 심장 한가운데를 찌를 때면 너무 아프고 저려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눈가로 또르르 눈물을 흘리며 차라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나가 버려라 지나가 버려라. 이 몹쓸 감정의 화염 마귀야 얼른 지나가 버려라.


가끔 하늘을 째려보게 되었다. 무흠하고 무오하신, 우리가 그러리라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는 하나님을 감히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게 되다니. 더구나 나는 그를 공부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소중한 것은 다 가져가시는 분이야.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게 된 것 같으면, 새엄마와 사는 사랑의 결핍 많은 6학년 부잣집 여자애처럼 앙칼지게 빼앗아가고 도대체 어디에 숨긴지도 모르게 감쪽같이 숨겨 버리는 분이야. 이제 살아있는 동안 아무것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소중하게 생각하면 없어지고 남이 가져가도록 하니까. 정말 하나님은 불같은 질투와 편협한 마음으로 가득한 분이신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 그가 우리 삶을 주관한다면 어떻게 우리 삶이 이렇게 흘러 가. 하나님은 내가 그렇게 얄미우신가. 다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해놓고 정말 소중한 것은 뒤춤에 숨겨놓는 것 같으면 놀라울 만큼 그걸 정확히 알고 빼앗아 가신다니까. 내가 모든 걸 다 바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럴 것 같아서, 그럴 것을 아시고, 워낙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니까 미리 나에게 소중한 것이 될 만한 것의 싹을 다 자르시려는 걸까? 인생이라는 게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이 흘러가. 세상 못 믿을 게 인생이고, 하나님이야.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불가능 해. 내가 만약 그를 믿고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그냥 하나님의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난 것일 뿐일 거야. 나는 이런 식으로 인생을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을 믿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어. 그럴 자신도 없고,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 별로. 정말 별로야. 인생 다 끝나고 그를 만나게 되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해. 별로였어요. 당신 정말 별로였어요. 저한테는 정말 별로였어요. 인생도 별로였고, 당신도 정말 별로였어요. 하나님이란 분이 무슨 질투가 그렇게 많아요. 하나님 말고 다른 사람도 좀 하나님처럼 사랑할 수도 있지. 하나님이라는 분이 그만한 마음의 품도 없으세요? 그만큼 넉넉한 여유도 없으시냐고요. 무슨 6학년 여자애 같이 뭐가 그렇게 질투가 많아요. 정말 별로였어요. 하나님 때문에 저 정말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다고요. 하나님도 한번 살아봐요 그런 인생. 하나님한테도 하나님이 있으면 말이 곱게 나가나.


나는 지금도 멍하고, 아프고, 어느덧 조금 살만 하기라도 한 건지, 약간, 다른 데 관심이 있다. 그리고 정말 떠나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아픔의 세계. 엄마는 지금도 돌아가시고 계시다. 내 시간 속에서, 내가 홀로 숨어 머무는 공간에서. 엄마는 아직 곁에서 앓고 계시다. 엄마-


정처 없는 밤 산책이나 다녀올게요.

풀 냄새 좀 맡고 올게요.

먼저 좀 주무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