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는 고이 뉘워져 기다려.
스터디 가는 길. 목사님들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는데. 급하다 급해. 4호선 충무로역, 3호선으로 갈아타기 시작. 각자의 사연을 가진 작은 게들처럼 바다로 달려 나간다. 문에서 내리면서부터 경쟁이다. 맨 앞으로 나가야 해. 나는 정말 그래. 내가 더 그래. 어떻게, 이토록 우리는 단 한걸음의 여유도 없이 서로를 앞질러 나가려 하기만 하고. 손에 든 가방에 뒤따라오던 여자분의 무릎이 콩. 잠깐 망설인 발걸음에 왼쪽 아주머니 팔결이 콕.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옹졸한 우리 마음의 집게발도 퉁 퉁 부딪힌다. 생선 가게의 참게 더미가 되어, 이토록 톨망톨망 뒤엉켜 맨날, 아둥바둥거린다.
숨 가삐 내려온 3호선 대화행 플랫폼. 아직 지하철은 오지 않았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사람들이 한 곳에서 다시 만난다. 다음 지하철까지 무려 3분이 남았던가. 이렇게 지루하고 권태로운 미래에 당황하게 될 줄. 한가로이 서로를 바라보아야 하는 시간을 이처럼 새롭게 만나 민망해질 줄 아무도 몰랐다. 다시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다. 땀이 서늘히 식고 마음에 가을바람 분다. 다리 힘이 풀린다. 어디선가 그리운 눈물이 핑. 힘들어. 너무 힘들어. 원래부터, 결국은, 뛰어도 부딪혀도 나는 기다리는 사람. 반질반질 예뻤던 참게가 싱크대 자숫물통에 뉘어 발을 휘젓는다. 참게의 설렘과 꿈. 넓고 깊은 바다. 그러니까 젖비린내 나는 내, 고향으로 목놓아 거품을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