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by jungsin


소울 냄새가 있다. 어렸을 때, 학교가 파하고 국민학교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 사거리에 있던 포장마차 떡볶이 집 근처를 지나갈 무렵이면 나는 필연적으로 대체로 출출했고, 더욱이 요즘처럼 쌀쌀할 무렵의 늦은 오후쯤, 포장마차 비닐 문의 빈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매콤 달콤한 떡볶이 냄새를 맡으면 절로 군침이 새어 나와 입안을 감돌곤 했다.


할머니가 떡볶이를 만드시고 그 옆에서 묵묵히 할아버지가 튀김을 만드셨는데,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떡볶이 집이었다. 장르는 국물 떡볶이에 가까웠다. 플라스틱 접시 위에 숨덩숨덩 담아 내는 떡볶이 열몇 개에 백 원이었던가. 환상적이었다. 아마 비결은 할머니의 고추장이 아니었을까 추론해 본다. 너무나 매콤하고 단, 떡볶이 국물 맛. 어느덧 난 그 집 떡볶이 맛에 길들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거쳐 장년이 되어가도록 떡볶이를 먹으면 국물을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튀김도 늘 신선했다. 어린 손님이 끊이지 않아서 회전이 빨랐다. 번번이 튀김을 주문하고, 내가 주문한 튀김이 다 튀겨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였으니, 신선하고 고소한 맛일 수밖에. 나의 소울 튀김은 깻잎말이였다. 야들야들하고 바삭한 야끼만두도 포기하기 어려웠지만 인생에서 마지막 튀김 두 개만 먹고 떠나라면 난 그 집의 깻잎말이 두 개를 고를 것이다. 축구, 내 친구 석이. 나를 좋아했던 수많은 여자애들. 그리고 포장마차 떡볶이집의 떡볶이 한 접시. 그 집의 떡볶이 냄새, 한 번만 더 맡아보고 싶다. 깻잎말이 튀김 냄새와 함께.




이따금 엄마의 옷 냄새를 맡는다. 너무 그립거나, 너무 힘들어서 마음 내려놓고 울 곳 없을 때. 의지할 이 없을 때. 엄마의 옷에 얼굴을 파묻어 본다.


킁킁 냄새를 맡는다. 엄마의 사진도 있고 목소리도 있지만. 그리울 때 본능적으로 간절히 찾게 되는 것은 엄마 냄새다. 엄마의 냄새를 맡고 칭얼거리고 싶은 마음. 그것은 엄마를 다시 만나서도 계속될 것 같다.


어제는 나의 어리석음으로 큰돈을 잃어버리고, 마음의 길을 잃어 의지할 곳을 찾다 또 엄마의 옷을 꺼내 한번 더 코를 묻었다.


삶이 막막하다. 정말 초조하고 염려되고 걱정되는데. 이상하게, 포근한 냄새가 그립다. 공간보다, 음식보다, 물질보다, 냄새가 그립다. 반드시 고향에 돌아가면, 엄마를 만나면 나는 그 고향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을 것이다. 스산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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