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by jungsin



엄마는 음악과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먹으라고 했다. 사랑해라는 말을 잘 몰라서 밥은 이라고 했다. 음악이 언어 너머의 일을 하는 것처럼 엄마는 사랑 너머의 일을 했다. 그게 너무 깊어서 불구가 되어 버렸다. 사랑의 불구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배고파서, 배고파서. 배고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목이 말라서, 엄마가 남겨준 많은 물질들을 탕자처럼 탕진했다. 잃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또 잃어버렸다. 여섯 살 정도 되었을 때일까. 북적이는 온양 시내에서 외삼촌네 대우 전자 대리점에 가면서 나에게 먼저 가봐, 외삼촌한테 먼저 찾아가봐, 그렇게 말하던 엄마가 그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피부 좋아지라고, 세수하라고. 대야에 떠놓았던 약간 변한 쌀뜨물 냄새가 그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난다. 달리는 지하철인데. 온양 시내를 엄마보다 열 걸음쯤 앞서 씩씩하게 걸어가던 나보다, 서너 살 더 어린아이가 나와 자기 엄마 사이 널찍한 자리에, 아장하게 아이보리색으로 앉아 있는데. 창피하게 눈물이 터진다.



꼭 가둬주었던 엄마 냄새가 새어 나와 정신이 없다. 곧 아이 손을 꼭 붙들고 일어서 내리려는 아가 엄마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아무 시선도 신경 쓸 수 없이. 아무것도 소용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