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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0….

by jungsin


엄마. 난 엄마한테로 무너져 갈게.

넘어져도 일어서도

엄마한테로 쓰러질게.

엄마한테서 쉴게.


엄마 아픈데

엄마 혼자

부엌에 가서

검은 냄비에

고작 달걀 두개씩 삶아먹게 하고

아침 안 챙겨줘서 미안해.


나는 영화관에서

러브 레터를 두 번씩 보는 동안

엄마는 뭐하고 있었는지 생각도 안나. 엄마.

엄마한테 달려갈 걸.

영화 보다가 엄마 생각하고 엄마한테 달려갈 걸.

한번만 보고 엄마한테 달려갈 걸.


그런 생각들 중 하나만 떠올라도

너무 슬퍼.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해일이

저 바다 수평선 끝에서 나에게 달려와.

그런 생각이 백만개 정도 있어서,

나는 그냥 꺼내지도 않아.

나는

그런 생각을 그냥 안해.

생각하느니 엄마를 만나러 가고 말지.



엄마는 뭐하고 있었어.

내가 영화관에서 러브 레터 두번 보는 동안.

내가

혼자

늦잠 자고 일어나

깨끗이 씻고

오후에 좋은 기분으로

밖에 구경 실컷 하는 동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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