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술에 피하기

by jungsin



그래서 나는 예술에 피해 숨게 된다. ‘숨는다’고 했지만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달려가 안기는 것이다.


여덟 살의 아이는 아직 쌀쌀한 삼월, 처음 학교에 갔다. 길고 긴 세 시간의 수업. 선생님과 친구들과 있는 내 무섭고 혼란스러워 마음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힘들고 두려웠다. 입을 꼭 다물고 참다가, 운동장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를 발견하고 전속력으로 뛰어가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루돌프 부흐빌더의 베토벤 소나타나, 손민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모네가 그린 모자의 그림으로 달려가 얼굴을 묻고 칭얼거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무엇으로부터 숨는가. 내가 숨고 싶은 시간은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도, 의미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안의 순간들이다. 그럴 때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우산을 쓴 여인 - 모네




(사진은 그냥 일단 인터넷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악의 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