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불러야 한단다.
한국의 여름도 나의 여름도 어딘지 아주 많이 달라졌다.
즐거운 여름성경학교는 없다.
뜨겁게 신나는 계절은 없다.
한낮의 바다 볕 무서운 줄 모르고 친구들과 속초에서 헤엄치고 놀다가
집에 들어와 등 껍질이 벗겨지는 일은 없다.
온몸에서 훅훅 나는 열기에 괴로워하면서,
흰 난닝거 입고
시원한 대나무 자리에 누워
앗 따가워,
몸을 이리저리 돌려
화상기 있는 살결 피해 가면서
수박을 크게 한 입씩 물다
자리에 수박 국물을 흘려
엄마가 벌건 등 위로 등짝 스매싱을 해 지르는 괴성이
베란다를 경쾌하게 너머 작은 골목에 울려 퍼지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여름이 좋아,
이 여름을 잊지 못하겠다.
더 이상 이런 여름에서 무엇을 볼 게 있다고.
멍청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