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내가 자전거에 실려, 숲 가 모퉁이 길에 들어설 즈음이었다.
선선히 불던 여름의 저녁 바람이 갑자기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왼쪽의 산 둑 위 나무들이 흔들려 나뭇가지 위에 매달린 진녹색 풀들이 거세게 흔들렸다.
여름의 공기를 통째로 흔드는 듯한 바람이었다.
바람과 풀과 나무와 여름, 그리고 시간.
이 모든 것들이 목이 막힐 만큼 나의 목구멍으로 삼켜져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제비처럼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고, 자연은 흔들거리며 반짝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나의 몸과, 다른 성질의 기압이 뒤엉킨 듯한 공기.
마치 지중해의 육중한 기류가 밴 듯 품위를 잃지 않은 채 호쾌하게 부는 바람.
그에 맞춰 솨 - 하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풀잎.
만물이 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 온 우주가 정지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나의 영혼만, 그속에서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정지해 있었다.
움직임은 변화다.
나는 이처럼 변화를 목말라 했나 보다.
이 세상이 정지해 있는 것 같지 않고 무엇인가 격변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때 마침내 가슴속까지 시원해졌다.
격변하고 있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때 마침 바흐의 칸타타 ‘Jesus bleibet meine freude(예수님은 여전히 나의 기쁨으로 남아있다.)’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악보를 넘기는 소리와, 바이올린, 첼로, 오르간과 클라리넷, 바순의 소리가 창조 이전부터 있었던 것과 같은 활기있는 박자를 따라 연주되었다.
뒤이어 거룩하게 느껴지는, 중후하고도 밝은 화음이 악기 소리 앞으로 절제되어 울려 퍼졌다.
하나님의 손과 발 노릇을 하는 성가대가 내게 무언가를 노래하는 것만 같았다.
노랫말이 가령 어떤 선포이자 따스한 위로인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에 역변하는 숲길가의 풍경과 바흐의 칸타타가 하나로 뭉그러져 파고들었다.
무엇이 칸타타고 무엇이 자연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일체가 하나의 노래였다.
슬픔과 아름다움.
변화와 진리.
그것들이 다 혼연일체의 하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일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장엄하고 설레는 종교적 심성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센 바람이 나의 모든 세포들을 하나하나 긁으며 거칠게 덮쳐왔다.
숲과 물, 여름이 뒤섞인 바람 같았는데 그 바람의 촉감과 냄새가 너무나 내 영혼 같아서 뭉클했다.
한편으로는 그와 함께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자연의 흔들림이 경이롭고 가슴 시렸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했던 자연 계시에 의한 일반 은총이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움직임과 변화는 거룩함이구나.
만물처럼 부단히 변화하며 움직이지 않으면 부패하겠다.
그런 것이 타락의 속성이겠구나.
나의 감각과 생각은 그런 자리까지 미쳤다.
나에게는 새로운 바람이었다.
그러나 꽉 막힌 영혼의 핵심은 아직 아니었다.
마음의 핵심에까지 솔솔 솔바람이 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숙제는,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내 영혼 안의 영민한 감각은 해결의 실마리까지도, 곧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불트만의 표현처럼 어쩌면 ‘실존적 결단’에 의해서만 풀릴 수 있는, 아주 두텁고 단단한 밧줄 같은 매듭일지도 모르겠다는 아련한 느낌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스스로 어떤 엄격한 변화의 요구를 받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쓰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키지 않는 달가움.
모순적인 두 감정이 변화로 가는 문지방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생동해야겠다, 밝아져야겠다, 움직여야겠다,
초등학교 운동회 50미터 달리기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결승선의 흰 띠를 향해 달려가듯 삶의 끝을 향해서도 그렇게 달려가는 것이, 고유한 자연의 리듬이구나.
맥주를 끊고 써니텐 파인애플을 마실까 고민하게 될 만큼 무겁게 뒤흔들리는 바람결이었다.
예수님은 나의 기쁨의 원천이시며
내 마음의 본질이며 희망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근심에서 나를 보호하며
내 생명에는 힘의 근원이 되며
내 눈에는 태양이며 기쁨이 되고
나의 영혼에는 기쁨이며 보물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과 눈에서
예수님을 멀리 하지 않으려 합니다 - Bach Cantata BWV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