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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sin Sep 13. 2023

비 오는 날엔 김광민과 호로비츠



https://tobe.aladin.co.kr/n/101483


시작 광고.


* 작가님들께.

저의 투비컨티뉴드 블로그(알라딘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블로그에요.)에도 방문 바래요! 투비컨티뉴드에는 김광민의 연주곡 영상도 실어놓았습니다. ^^;;





아무것에도 쫓기지 않을  있는 상태

맘에 드는 글을   있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조건 -




이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했다.

자취집에는 흔한 암막 커튼도 아직 없지만, 생이 암전된 듯 공포스러울 만큼의 짙은 검은색 잠을 잤다. 횡설수설하며 잠꼬대를 할 정도의 정신 나간 잠이었다.

핸드폰은 훠이훠이 멀리에 충전기를 꽂아, 버려두었다.

샤워를 했고. 배불리 밥을 먹었으며.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진한 과테말라 커피에 생크림을 얹어 홀짝이고 있다.

책상에는 김겨울의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와 마가릿 애트우드의 ‘나는 왜 SF를 쓰는가’와 아이패드, 그리고 진한 커피 만이.


아무것에도 쫓기지 않을 수 있는 상태.

안정감이 확보되었다.

그리고 김광민과 호로비츠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김광민은 단조의 삶이 공감받고 싶을 때, 단조의 삶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아예 단조롭게 단조 그 자체가 되고 싶을 때 듣곤 한다. 그보다 더 적절한 음악이 없다. 깊게 집중하면서 들으면 너무 슬퍼서 금세 울음이 명치에 차오를 만큼 슬픈 음악이지만, 무언가를 하면서 들으면 슬픔이 희석되어 울음을 쏟아버리지도, 장조의 세계로 성급하게 튀어올라 버리지도 않을 수 있는. 딱 적당한 단조의 우울감을 머금은 채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토록 적당한 단조의 잡아당김이 나는 좋다. 존재의 중력이 느껴지는 느낌. 내가 나 자신을 떠나가버리지 않도록. 누군가가 지구의 중심 아래에서 나를 잡아주는 것만 같은, 이 슬픈 느낌이 달콤하다. 에스프레소 콘파냐처럼 말이다.


꿈, 에스프레소 콘파냐.

전자레인지의 커피 데우기 기능을 사용해 데워 딱 적당히 뜨겁고 진한 커피에 얹은 생크림은 이른바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재현한다. 에스프레소 콘파냐는 씀bitterness의 본질만 남은 에스프레소 원액과 닮sweetness의 본질을 꿈처럼 터트린 생크림을 얹은 커피다. 쓰디씀과 달디닮이란 다른 기압이 뒤섞이면서 건조한 삶에 폭우를 퍼붓는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꿈을 꾸는 일이다.

쓰고, 달콤하고, 고소한 향과 맛을 꿀떡꿀떡 삼키고 들이켜면서 나는 꿈을 꾼다. 그것은 꿈 자체보다 달콤한 일일지 모른다. 꿈을 꾸는 것은, 꿈에 아직 도달하지 않아 아직 가능성을 머금고 있지만, 꿈을 다 삼켜버려 꿈이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 마치 단조를 머금은 상태와도 같이 달콤한 상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꾸는 상태. 만나지는 않고 그리워하는 상태. 그리워함으로써 만나고 있는 상태. 펜팔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확인하며, 꿈꾸는 상태. 그런 상태를, 나는 무척 달콤하다고 느낀다. 온 영혼과 마음으로써 너무 좋은데. 그냥 설렌다고 표현하고 마는 그 느낌.  

  혹자는 꿈의 실체는 없는 것이어서 꿈을 꾸는 상태가 최선의 행복의 상태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꿈을 믿는다. 그것은 꿈을 꾸는 일보다 더 선명히 존재한다고,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존재하고 있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꿈을 믿지 않았다면, 꿈을 꾸는 일을 설레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꿈을 정말 믿었고 정말 믿고 정말 믿을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이야기들의 무지개 너머 나라처럼 그것은 있어도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내게 꿈은. 나는 커피를 그렇게 실체처럼 마신다. 실제로 있는 꿈을 마시듯.


호로비츠는 최근에 좋아하기 시작해, 김광민만큼은 깊이 저며들지 않았다.

좀 더 딥 다이브 해보고, 나중에.

사실은 지금 시간이 없어서.


* 시간이 없지만- 바리 킴의 홈카페 레써피.

에스프레소 콘파냐: 다크 로스팅한 원두(브라질이나 과테말라 등 남미 쪽 원두가 고소하고 짙은 쓴 맛이 나서 실패율이 낫다.)를 보통 핸드드립 그라인딩 정도보다 조금 가늘게 갈아서 진하게 내려두었다가 전자레인지의 커피 데우기 기능을 사용해 데워 뜨겁고 진한 커피를 작은 데미타세(Demitasse) 잔이나 적당히 작은 머그에 생크림을 담뿍 얹어 마신다.

꼭 내려 두었다가 나중에 마시지 않아도 되지만,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서, 호호 불며 마셔야 할 정도로 뜨거워진 진한 드립 커피 특유의 향미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다. 또한 무언가를 배불리 먹기 전에 내려 두었다가, 음식을 한바탕 해치우고 이어서 리듬이 끊기지 않고 바로 커피를 먹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른바 에스프레소 콘 빠냐Espresso Con Panna. (또는 카페 콘 빠냐Cafe Con P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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