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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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도 지금 해야 될 것 같았어.
너가 지금 사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하숙방을 뛰쳐나가서, 금은방에 들어가 덜컥 십자가 목걸이를 샀던 것처럼 나도 그래야 될 것 같았어.
천하일품, 맞은편에 앉아있던 지은이가 말했다. 그리고는 당차게 편지와 지포 라이터를 건넸다.
사귄 지 한 달쯤 된 청춘 남녀 두 사람. 스무 살. 눈부신 시간들이었다.
가슴이 멎을 정도로 새파란 편지 봉투였다. 봉투 끝에 붙은 앙증맞은 반짝이 스티커를 떼어 열자 접혀 있는 두터운 편지 봉투들이 보였다. 글자를 꽉 채운 세 장의 편지지. 정말 예쁜 글씨를 꼭꼭 눌러쓴 몇 가지 컬러의 펜 글자들이 가득 쓰여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쇼핑백에 뭘 가져왔나 했더니. 지훈은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절이었다. 두터운 편지봉투와 지포라이터를 말없이 받으며 조용히 가방에 넣었다.
말없이 마주 앉아 둘은 서로의 눈빛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지훈은 마음 가득 달콤했다. 지은이도 가만히 설레하는 것 같았다. 풋풋한 침묵의 공백이 느껴질 때쯤, 지훈이 외쳤다. 여기요- 삼천 하나만 주세요.
술을 물처럼 마시던 스무 살. 공기가 물 같았던 스무 살. 스무 살의 예쁜 여자애 지은이가 아기 피부 냄새 같다고 생각했던 스무 살. 스무 살은 베이비파우더 같았고 영롱하게 순수했다. 둘은 키스마저도 아기처럼 했다.
* 아 웨이리르 틸 아 써더썬 -
돈 노 와 아 디든 컴 -
작은 주점에 울려 퍼지는 노라 존스의 목소리.
한동안 그녀의 미니홈피 BGM은 Don’t know why였다. 대문 사진에는 그렇게 고급스럽지 않아 보이는 고양이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지은이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마우스를 가져가서 콕 눌러 확대를 하면 그래도 대문 사진의 세 배 정도 크기는 되었다. 더 늘리면 픽셀이 다 깨져 깍두기 현상이 일어나는. 저화질의 폴더폰 사진이었다.
지훈이는 군대에서 제대하고 나와서 그 대문 사진을 한동안 매일같이 보았다. 지은이는 대문 사진도 배경음악도 잘 바꾸는 성격이 아니었다. 어쩌다 미니룸 소품이 한두 개 추가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아주 사소하게 미니룸이 바뀐 것만 봐도 지훈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은이가 있구나. 살아 있구나. 잘 있구나. 움직이고 있구나.
한동안 지훈이는 ‘지은이의 미니홈피’ 미니룸 아래의 일촌평을 거의 외울 정도로 지은이의 미니홈피를 드나들었다.
지금이 사라진 날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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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ah Jones, Don't know why.
I waited ‘til I saw the sun -
I don’t know why I didn’t come -
https://www.youtube.com/watch?v=sujamt7mt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