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요한 밤 2

단정하게

by jungsin



너무 선명한 악 앞에서 나는 그래도 분명히 단정할 수 있었다. 왜 그런지 나는 마치 청렴한 검사나 스마트하고 지적인 젊은 목사처럼 단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선도, 마음도 단정해야 겠다.


한동안 그 친구를 그리워했지만, 어쩌면 이것은 그녀를 뛰어넘은 이야기일지도 몰랐다. 혹은 그녀에게는 미안하게도 이것은 무엇보다 나에 관한, 나의 이야기일지도 몰랐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통합할 필요가 있었다.


차분했다. 나는 놀랍게 고요하고 차분했다. 이런 내 모습은 분명히 무척 매력적일 것이었다. 이러한 순간의 나는 내가 보일 수 있는 한, 가장 안정적이고 나다운 사람으로서 살아있는 모습일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살아있는 것을 다시 한번 선명히 자각하고 싶었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삶에 대한 희망 같은 것을 내 존재의 온 촉수로 느껴보고 싶었다. 어제, 눈썹이 진했던 그 창구 은행원이 생긋 웃는 것을 보고 너무 쉽게 반하던 자신을, 아주 단순했던 그 한 장면에 설레 하는 나를 보며 느꼈던 것처럼-내가 살아있구나.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 그대로. 그 시절의 원래의 나는 그대로 살아있구나, 하고 담담히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러는 이유의 상당한 부분은 나도 전혀 알지 못한다. 특별히 진지하고 안정적인 면모가 있는 나는, 어쩌면 아직도 깨끗히 하얗게 방황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왜 이러는지 자신이 아는 선명한 이유 한 가지는 있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너무나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그 시간을, 어쩌면 뿌리 깊이 자기 자신을 그리워하는 일일 수 있다는 것. 그 정도까지 성찰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요한 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