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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호선의 아저씨

by jungsin


적당히 뾰족한 검은 구두. 쥐색 기지 바지. 일단 단추가 두 개 풀려있는, 노란색과 청색의 큼지막한 네모들이 체크 문양으로 수놓여 있는 남방부터가 부담스럽다. 남방 위로는 이천 년대 중반 스타일의 아이보리색 옥스포드 면 자켓을 걸쳐입어 한껏 멋을 부렸다.


볼과 이마 피부의 우락부락레드의 붉으스름함. 컬이 드센 수세미 머리를 대충 세워 넘겼다. 코 아래와 입 주변과 턱에는 수염 자국이 짙게 드리워 있고, 볼 양 끝단의 넓은 구레나룻이 마스쿨린한 이미지에 정점을 새겨넣는다. 손목 안쪽에 검은 봉지가 걸려있는 왼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한 타자씩 문자를 보내고 있다. 자음 하나 모음 하나, 토독 토독 토독.


타자를 누르는 동안 삶을 움켜쥐듯 얇은 입술로 굳게 다물고 있는 입 모양이 귀엽다. 저 손목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필시 붕어빵이 들어있으리라. 시대 감각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길을 가는, 올드 패션old fashioned. 촌스러운. 구시대적인.


아저씨. 이제 사라져가는. 한 시대를 부둥켜안고 있는 아저씨. 아저씨 냄새 나는 진짜 아저씨다.


고지식함이란 흥미로운 인격의 형질이다. 특히 남자 어른에게만 있는 이런 고지식함은 사랑스럽다. 아무래도 나는 고지식함을 사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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