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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Aug 09. 2023

무엇이 ADHD 검사를 망설이게 하는가?

ADHD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

 사람들은 ADHD라고 하면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폭력적이고 품행이 불량한 아이들을 상상하곤 한다.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자극적인 모습이 모두 ADHD의 주요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ADHD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왜 학교생활이 힘든지, 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어가는지 모른 채 적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1. 과잉행동이 없는데 ADHD일 수가 있나요?    

 과잉행동이 없어도 ADHD일 수 있다. 

ADHD는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과잉행동이 두드러지는 과잉행동-충동형 ADHD, 과잉행동이 없는 주의력 결핍형 ADHD,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혼합된 혼합형 ADHD가 있다. 과잉행동-충동형 ADHD는 5살이 되면서 또래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앉아있어야 할 때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 눈에 확연히 띄기 때문에 조기에 검사를 받아 조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소위 ‘조용한 ADHD’인 주의력 결핍형 ADHD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들이 없어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나 중학교 시기가 되어서야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조용한 ADHD 아이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1. 긴 글을 읽다가 여러 공상이 떠올라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긴 글을 읽고 주제를 물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청각 주의력이 낮은 경우,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학교 수업은 대부분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내용이 전달된다. 그런데 주의력이 약하면 중학교 수업 45분 중 30분은 초점 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학생이 많다.


#2.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반복되는 실수와 자신감 결여로 쉽게 우울감에 빠지거나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발달 지연으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3. 대화할 때도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엉뚱한 타이밍에 말을 끊거나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잦다. 수업 중에 그룹 활동을 하면 토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마주 앉은 친구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수다를 떨고, 선생님의 그만 얘기하라는 지시에도 쉽게 주의력이 전환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이는 친구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친구들이 “야, 이거 비밀이야.”라고 했는데 그 내용이 비밀인지 잊어버리고 실수로 그 비밀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친구의 표정이나 감정을 잘 읽지 못해 서투른 표현으로 상처 주는 말을 하여 트러블이 잦을 수 있다.


#4. 정리하기나 계획하기 등 뇌의 전두엽이 실행하는 것들을 잘하지 못한다.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5교시 수업 시간인데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교과서들이 책상에 정렬되지 않은 채 쌓여있다. 정리하자고 하면 이미 책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가방에 여러 교과목 학습지들이 체계 없이 섞여 구겨져 있다.


#5. 과제와 활동을 체계화하여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 수업 종이 쳤다고 해보자. ADHD 아이에게는 수업이 시작하면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준비하는 일과 쉬는 시간에 친구와 나누고 있던 이야기의 중요성이 모두 똑같게 느껴진다. 그래서 쉽게 하던 일을 멈추지 못해 결국 선생님께 부정적 피드백을 듣게 된다.


#6.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해야 할 일을 잘 잊는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여러분, 이거 필기하세요. 여기 밑줄 치세요.”라고 말하면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필기를 하고 밑줄을 열심히 친다. 그런데 ADHD 아이들은 필기구조차 없는 일도 있었다.

 아직도 ADHD의 모습이 소리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가는 자극적인 모습만을 상상하는가? 생각보다 ADHD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물론, 단순히 몇 가지 성향으로 ADHD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눈은 매우 정확한 편이다.      


2. ADHD와 지능은 관련이 있을까요?

  ADHD라고 해서 반드시 지능과 인지적 능력이 낮다는 것은 편견이다. ADHD 검사에는 지능 지수가 나오는 검사도 포함되어 있다. ADHD가 지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능이 높은 예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유명인들 중 빌 게이츠와 미국의 포드사를 창립한 헨리 포드 역시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세모 역시 지능이 상위 21% 정도로 평균에서 상위에 속한다. 어릴 때부터 숫자를 이른 시기에 읽을 수 있었고, 수학적 연산 능력도 좋다. 한글도 5세에 읽기 시작했으며 인지적 발달 면에서 항상 평균이거나 평균적인 또래의 능력치보다 높았다. 그래서 더욱 ADHD를 의심하지 못했다. 아이가 정신이 없고 주변인들이 아이의 과잉행동에 눈살을 찌푸릴 때면 ADHD 아닐까 의심했지만, 세모가 한글도 읽고 레고와 퍼즐은 몇 시간이고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ADHD가 저렇게 집중할 수 있나?’ 생각하며 그 의심을 접었다.

 이처럼 ADHD라고 해서 지능이 낮다는 것은 편견이다.


3. ADHD인데 집중 잘하는데요?     

 ADHD라고 해서 집중력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본인이 흥미 있어하는 것엔 선택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력이 약해 쉽게 지루해하고 주의력을 지속하지 못한다. 이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혼동해서 생기는 오해다.

 집중력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힘을 말한다. 즉, 좋아하거나 재밌는 일이 있을 때 집중력을 발휘해 몰입하는 힘을 말한다. 세모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레고, 종이 접기와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해서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력은 어딘가에 관심을 두고 그것에 관한 관심을 ‘지속’하는 힘을 말한다. 또한,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다음 과업으로 주의력을 쉽게 조절하여 ‘전환’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레고에 푹 빠져 집중을 하고 있다. 집중력이 높은 상태다. 그런데 학교에 갈 시간이 되어,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해야 한다. 주의력이 낮은 ADHD 아이들은 등교라는 다음 과업으로 쉽게 주의력을 전환하지 못한다. 이럴 때, 주의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ADHD 아이들은 이렇게 지루하지만 해야 할 일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학교에서 수업할 때 교사는 학생들의 앞에 정 가운데에서 모두의 표정과 태도를 다 볼 수 있다. 주의력이 낮은 아이들의 모습은 과잉행동이 없어도 눈에 딱 보인다. ‘저 아이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저 친구는 내가 칠판에 특정 단어를 가리키고 있는데 초점이 다른 데를 향하고 있네?’


4. 모든 ADHD는 다 다른 양상을 보여요.

 ADHD가 있는 사람이 세상에 1만 명이 있다면, 그 1만 명은 각각 증상이 모두 다 다르다. ADHD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두 미디어에 나오는 품행장애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잔 정 박사님의 저서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에서는 ADHD와 함께 나타나는 여러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떤 사람은 불안 장애와 함께 나타난다. 또 다른 ADHD인은 우울 장애, 강박 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 틱 장애와 나타나기도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애매하게 아는 것이 문제다. ADHD는 생각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우리가 전형적으로 알고 있는 ‘정신 산만한 아이’가 아니어도 ADHD일 수 있다.     


ADHD는 조기에, 적기에 진단받아
치료를 받으면,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생기는
우울증, 자존감 결여, 관계의 문제,
생활의 어려움 등 부수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요.

왜 나의 아이는 참 키우기가 힘에 부치는지,
왜 나의 아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지.
그럼에도 정신과에 가는 것이 왜 두려운지.
어쩌면 그건
우리의 편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전 01화 “어머님, ADHD 검사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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