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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Sep 24. 2023

초고를 마무리하던 순간, 탈이 났다

8월 초, 출판사와의 계약을 마치고,

바로 초고 쓰기에 돌입했다.


성실함과 실행력이 나의 장점이라 믿었기에

“일단 쓰자. “라는 마음으로 매일 퇴근하면

스타벅스 카페로 출근했다.

초고의 한 꼭지, 한 꼭지를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썼다.


남편이 9월까지 육아시간을 내고

아이들을 돌봐준 덕분이었다.

스벅에서 초고 한 꼭지를 써내고

집으로 퇴근하면,

가족의 저녁을 바쁘게 준비했다.


세모는 습관이 무섭게 계획한 학습을

매일 자동처럼 해내줬고,

둘째도 씩씩하게 어린이집과 집을 오가는 하루들이었다.


초고의 마지막 한 꼭지를 남겨놓고,

결국 탈이 났다.


아이의 고열.


바쁘게 소아과 대기를 하며 진료를 보고,

집에서 해열제를 먹여가며 아픈 아이를 품에 안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 아니 뜨거움.

글에 빠져 사느라 아이를 많이 못 안아줬구나.


잠든 아이의 발을 열심히 주무르며 돌아본 집.

정돈되지 못한 아이들의 장난감,

반찬 하나 없는 냉장고.


글이며 학교며 정신없이 의무를 다 하느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오늘은 자책을 좀 해야겠다.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이 볼 수 있게 된다.



이젠 나의 꿈을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돌보라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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