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출판사와의 계약을 마치고,
바로 초고 쓰기에 돌입했다.
성실함과 실행력이 나의 장점이라 믿었기에
“일단 쓰자. “라는 마음으로 매일 퇴근하면
스타벅스 카페로 출근했다.
초고의 한 꼭지, 한 꼭지를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썼다.
남편이 9월까지 육아시간을 내고
아이들을 돌봐준 덕분이었다.
스벅에서 초고 한 꼭지를 써내고
집으로 퇴근하면,
가족의 저녁을 바쁘게 준비했다.
세모는 습관이 무섭게 계획한 학습을
매일 자동처럼 해내줬고,
둘째도 씩씩하게 어린이집과 집을 오가는 하루들이었다.
초고의 마지막 한 꼭지를 남겨놓고,
결국 탈이 났다.
아이의 고열.
바쁘게 소아과 대기를 하며 진료를 보고,
집에서 해열제를 먹여가며 아픈 아이를 품에 안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 아니 뜨거움.
글에 빠져 사느라 아이를 많이 못 안아줬구나.
잠든 아이의 발을 열심히 주무르며 돌아본 집.
정돈되지 못한 아이들의 장난감,
반찬 하나 없는 냉장고.
글이며 학교며 정신없이 의무를 다 하느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오늘은 자책을 좀 해야겠다.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이 볼 수 있게 된다.
이젠 나의 꿈을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돌보라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