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연휴에 에필로그를 마무리하며,
초고를 끝냈다.
‘바로 인쇄해서 교정을 해야지 ‘ 하고 먹은 마음을
내려놓고 못 읽었던 책들을 읽으며 쉬기로 했다.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던 글들이 생각난다.
쓰레기라기엔 너무 소중하고 내 깊은 마음들이라
그렇게 부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쓰레기라 부르는 의미를 좀 알겠다.
다 뜯어고치고 싶은 글이었다.
루틴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
매일 4:30 퇴근을 하면서 사이렌 오더를 했다.
배가 좀 고픈 날엔
시그니처 핫 초콜릿, 휘핑 빼고 톨 사이즈.
차분해지고 싶을 땐
유자민트 티, 시럽 하나 빼고, 톨 사이즈.
스타벅스에 들어서면 이미 준비되어 있는
핫초코를 들고 1층 내 자리에 노트북부터 펼친다.
노트북을 펼치는 의식.
매일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40번 정도 펼쳤다.
매일 한 꼭지씩 썼으니까.
“오늘도 잘 쓰게 해 주세요. “
잘 쓰이지 않던 날들에도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
백지보다 나을 테니.
초고의 마무리를 하고, 후련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묵직한 마음이 내려앉았다.
‘내 글이 읽는 이들의 마음에 닿아줄까.’
초고를 마치고 쉬려 했던 계획을 변경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쥐어 주며,
부디 힘들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펼쳐보라고
할 수 있는 글일까?
“다시 또다시
성실히 고쳐야겠다. “
그렇게 다시,
스타벅스의 내 자리에 앉아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야겠다.
“오늘도 읽게 될 이들의 마음에 닿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