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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Oct 10. 2023

매일 같은 자리에서 글쓰기

다시 시작

연휴에 에필로그를 마무리하며,

초고를 끝냈다.

‘바로 인쇄해서 교정을 해야지 ‘ 하고 먹은 마음을

내려놓고 못 읽었던 책들을 읽으며 쉬기로 했다.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던 글들이 생각난다.

쓰레기라기엔 너무 소중하고 내 깊은 마음들이라

그렇게 부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쓰레기라 부르는 의미를 좀 알겠다.

다 뜯어고치고 싶은 글이었다.



루틴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

매일 4:30 퇴근을 하면서 사이렌 오더를 했다.

배가 좀 고픈 날엔

시그니처 핫 초콜릿, 휘핑 빼고 톨 사이즈.

차분해지고 싶을 땐

유자민트 티, 시럽 하나 빼고, 톨 사이즈.

스타벅스에 들어서면 이미 준비되어 있는

핫초코를 들고 1층 내 자리에 노트북부터 펼친다.


노트북을 펼치는 의식.

매일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40번 정도 펼쳤다.

매일 한 꼭지씩 썼으니까.

“오늘도 잘 쓰게 해 주세요. “


잘 쓰이지 않던 날들에도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

백지보다 나을 테니.


초고의 마무리를 하고, 후련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묵직한 마음이 내려앉았다.

‘내 글이 읽는 이들의 마음에 닿아줄까.’


초고를 마치고 쉬려 했던 계획을 변경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쥐어 주며,

부디 힘들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펼쳐보라고

할 수 있는 글일까?


“다시 또다시

성실히 고쳐야겠다. “


그렇게 다시,

스타벅스의 내 자리에 앉아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야겠다.


“오늘도 읽게 될 이들의 마음에 닿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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