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일이 뭐야?
좋아하는 남자친구? 오늘의 급식 메뉴?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약속한 PC방?
어쩌면 아무 생각이 없을 것 같기도 해.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 불을 키는 아침.
졸린 눈꺼풀을 자극하는 불빛에
짜증 지수가 올라가고,
고프지 않은 배를 채우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밥을 꾸역꾸역 먹고
매일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로 출발하는 일상.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듯해.
아침에 집을 나서면 코끝에 들어오는 시린 아침 공기, 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친구는 아닌,
얼굴은 어디서 본 듯한 친구들과 학교로 가는 일상.
심각한 고민은 없지만 이상하게 불안하고,
갑자기 자기 자신이 어색해지는 요즘.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가장 미워지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가장 편했던 집이 들어가기 싫어지는 날들.
맞아, 너희들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어.
아마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 터널을 들어갔을 거야.
그냥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냈을 뿐인데
가장 사랑하는 엄마한테 이상한 감정이 들어.
분명 저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데,
가장 사랑해야 하는 사람인데
엄마 목소리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지.
"이지수!"
성을 붙여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다음에 나올 소리가 별로 좋지 않을 이야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채게 되지.
"아, 왜!" 하고 소리치겠지.
'욱' 하며 짜증을 내는 너희에게
어른들은 "사춘기"가 왔다고 말해.
맞아, 그렇게 너희들은 사춘기가 왔다는 걸 알게 돼.
내 몸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모습으로 변해가지.
거울을 보면, 어색하고 못 생긴 내 모습을
한참 가꿔보기도 해.
꾸미면 꾸밀수록 마음에 안 들기도 할 거야.
몸집도 커지고 무언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른들은 못 하게 하지.
남자친구도 사귀지 말라고 하고,
학생은 공부가 의무라고 해.
누가 정한 룰인지 궁금해지지?
내가 세상에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닌데
부모님들은 우리를 세상에 낳아 놓고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말라고 하지.
'이렇게 노잼으로 살게 할 거면서 왜 낳아 준거야?'
대체 왜 태어났나 심오한 고민도 해보겠지.
너희가 하고 있는 고민을 알고 있어.
나는 애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10년 동안 불완전한 시기를 보내는
수많은 사춘기들을 목격해 온 사람이거든.
무엇보다 나 역시 평범하지 않은 사춘기를 보냈거든.
그래서 결심했어.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칼에 손이 베이면 칼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되잖아?
모든 상처는 적어도 작은 교훈이라도 남기는 법이야.
그런데 그 교훈을 얻기 위해
칼에 손이 베일 정도로만 아프면 되는데
칼에 손가락이 잘릴 필요는 없잖아?
사춘기도 그런 거야.
분명 앓아야 어른이 되는데
어른이 되는 길에 크게 다쳐서는 안 되는 거니까.
나의 편지들은 사춘기라는 터널에
작게 놓인 촛불이 될 거야.
추울 땐 손을 녹이고, 길이 안 보일 땐 길을 비춰주는.
사춘기까지 잘 왔어.
사춘기를 만났다는 건
너희가 건강히 자라왔다는 거야.
제 때 사춘기를 만나는 것도 복이거든.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를 겪는 게 어떻게 복이냐고?
그건 너희가 사춘기라는 터널을
나오는 순간 알게 될 거야.
건강히 그 터널을 지나고 나오는 순간,
너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