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괜찮다고 하지만
"호영아, 왜 학교에 자꾸 안 오고 싶어?"
"그냥 머리가 너무 아파요."
"올해 머리가 아파서 못 온 날이 14일이나 되네.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니?"
"아뇨, 그냥 머리가 아파요."
"정말 괜찮은 거지?"
"네. 괜찮아요."
다음 날, 호영이는 또 등교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의 사춘기 아이가 당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마구 부려서 속이 상한다면 기뻐해야 한다. 적어도 당신은 아이의 '저 괜찮지 않아요'라는 신호를 몸소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중학생 교사로서, 가장 힘든 아이들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문제아' '반항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가르치기 힘들었던 아이들은 바로 '무기력한 아이'였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이 몸만 학교에 오는, 에너지가 고갈된 아이들.
그들의 영혼은 마치 집에 두고 온 양, 물어봐도 다 괜찮다고 하거나 하고 싶은 걸 물어도 항상 무계획인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을 즐겁게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급식을 먹지 않기 시작한다. 아침에 만나면 “오늘 급식 뭐야?” 물으며, 칠판에 급식 메뉴부터 적는 그런 나이다. 그런데 급식을 멈춘다는 것? 즐거움마저 잃었다는 뜻이다.
학교에 오지 않거나, 와서 자거나. 교사의 물음은 고요 속의 외침처럼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소위 말하는 문제아, 반항아들은 적어도 대체 그 아이가 왜 이렇게 화가 나 있고, 무엇이 그렇게 불만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무기력한 아이들은 표정도 없고 표현도 없으니 문제를 몰라 도와주기가 너무 어렵다.
너희들이 어쩌다 그렇게 됐냐고?
너희들에게 '나'를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했기 때문이야. 우리 사람의 몸과 마음은 사춘기가 되면, 자꾸 화가 나고 불만이 많아지는 시기야.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거든. '야, 엄마가 뭔데 저렇게 자꾸 내 머리 스타일 가지고 잔소리야?' '야, 선생님이 뭔데 자꾸 나한테 내 말투가 불쾌하다고 그러는 거야?' '대체 뭘 안다고.'
"다 내 맘인데."
자꾸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지. 자연스러운 거야.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내가 싫어하는 걸 찾는 과정을 겪는 거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른들은 그 시간을 빼앗아갔어. 지금 네가 좋아하는 거 찾을 시간이 어딨 냐고, 당장 대학부터 가야지. 당장 내신 점수 잘 받아야지. 하며 너의 공부마저 통제하지.
시키는 대로 해도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지. '내 거'가 없으니까. 학교는 자꾸 공부로 성적으로 증명하게 하는 곳이잖아. 네가 공부는 못 해도 책을 참 좋아하는 아이여도, 네가 성적은 낮아도 친구들을 잘 이끄는 아이여도 그런 면들을 인정받을 기회는 별로 없는 곳이야.
무엇이 너희의 기력을 빼앗아 '무기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준 걸까? 어떻게 너희에게 작은 불씨 하나를 놓아줄 수 있을까?
신발을 신고, 나가.
해가 하늘의 가운데 딱 떠있는 점심시간,
북적했던 집이 고요해져 버린 주말.
일단 신발을 신어.
그리고 나가.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아볼 정도로, 그런 날들을 느껴야 해.
무작정 걸어.
그렇게 10분, 20분.
걷기 시작해.
그 순간은 온전히 네 거야.
그 순간을 온전히 가져.
무기력의 늪에서 너 자신을 구해줘.
요즘같이 해가 뜨기 전 등교하고 해가 지고 집에 가는 계절은 얼마나 무기력해지기 딱 좋은지...
햇빛을 쬐는 날이 손에 꼽히지 않니?
https://youtu.be/QxJP8LlLqzQ?feature=shared
<밤, 바다> 최유리
우린 고요한 밤바다를 좋아했지 소란한 맘을 감춰줬으니
낮게 부서지는 잔잔한 노래에 가끔 한숨을 잊기도 했지
내게 불어온 바람은 퍽 차가웠지 이미 많은 걸 놓쳐 버렸지
지친 나무 틈에 몸을 숨기기엔 너무 커버린 내가 미웠지
문득 돌아보면 그날에 네 마음이
내겐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나도 몰랐었던 그날의 내 마음에 너는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 쉬어가도 좋아 내가 너를 사랑할게
다시 아침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내게 기대도 돼
지친 맘이 닿는 곳에 내가 너의 그 밤이 되어줄게
고마웠어 내 어린 밤들아
Bugs 님이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