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왜 엄마가 만만할까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미워지는 순간

by 이사비나

"어머님, 내일 학교로 바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우리 반 자영이가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즐겼다.

벌써 2번째.


내가 어머님을 뵙고 싶어서 부른 것은 아니었다. 많은 흡연 학생을 지도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그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해 본 적이 었었기에 부모님 호출이 아이의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큰 기대도 없었다. 단지, 학생이 적어도 부모님에게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만큼은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자영이 정말 어쩌죠?"

연신 죄송하다 하시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

자영이의 사춘기도 걱정이지만 앞날도 걱정하시느라 많이 야위신 게 느껴졌다.

그녀는 싱글맘이다.

사정을 아는 나는 그녀의 손을 굳게 잡았다.

"어머님, 힘드시죠? 자영이도 힘들겠죠. 사춘기는 다 아이마다 다르게 겪습니다. 좀만 더 힘내셔요."


자영이의 돌발 행동에 항상 통화를 해야 했던 그녀.

수화기 너머로 "어떡하죠" "죄송합니다"를 몇 번이고 말했던 그녀였다.


어머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자영이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엄마를 무시하고 학생부실을 나가는 자영이.


그는 엄마를 미워한다.


얘들아, 선생님도 그랬어.

10대들은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가장 미워해.

왜냐고?


엄마가 가장 만만하니까.


어느 순간인지는 모르겠어.

전지전능해 보이던 엄마라는 우주가 나와 같은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난 그 순간부터 엄마가 미웠던 것 같아.


'왜 저렇게 미련하게 힘들게 일하고 와선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청소, 빨래, 설거지를 다 하고 있는 거지?'

'본인도 TV 보고 쉬면서 왜 나만 자꾸 공부하라고 하는 거지?'

'내가 학교에서 뭐가 힘든지도 모르면서, 내 친구들에 대해서도 모르면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는 거지?'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만난 "라떼는 ~ " 하는 꼰대가 바로 엄마였더라고. 나의 친구, 나의 방, 나만의 비밀들이 가득해지는 그 사춘기 시절엔 엄마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 다 너를 찾는 과정인 것이 아닐까? '나'만의 우주를 다시 짓기 위해 엄마라는 우주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있잖아.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어.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한낱 인간이었다는 것을.


가장 사랑해야 할 자식이 미울 때도 있고,

해야 할 의무가 가득한 생활에 지쳐서

마냥 뒹굴어 볼 때도 있고,

아이들 밥 차리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하루도 있다는 것을.


너희가 엄마가 가장 만만해지는 순간이 왔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너희가 신격화하던 엄마는 너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저 어린 어른이었을 뿐이니까.


서른 살이나 많은 어른이

서른 살이나 어린 자식이라는 존재 때문에

울기도 하고,

자식의 말에 아파하며 밤을 새기도 한다는 것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어.

한참 어리고 유약한 존재가

내 심장을 쥐고 흔든다는 것을.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가장 미워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녀를 너무 오래 힘들게 하지 마.

그녀는 이 험한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널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니까.

진정한 너의 아군을 부디 소중히 여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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